②수도권이 바로미터
출구조사서 고른 지지 불구
野에 경합지 패배로 과반 실패
③여야 텃밭붕괴
TK 무소속, 朴風에도 선전
더민주는 호남서 처참한 성적
④2040세대 참여
흙수저 대변 젊은세대 분노
투표 참여로 與 패배 이끌어
⑤교차투표
더민주 지지한 중도층이
인물난 국민의당 선택한 듯
20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정부여당의 일방 독주에 대한 심판으로 요약된다. 수도권과 2040세대, 중도층을 중심으로 경제와 민생을 살피지 못한 채 권력투쟁에 몰두한 정부여당을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정권 후반기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통설이 재확인됐다. 여기에 여야의 전통 텃밭이 흔들리거나 붕괴, 보수와 진보의 각 진영이 분열한 것은 향후 정치권 개편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총선은 ▦정권심판론 ▦승패를 가른 수도권 ▦여야 전통 텃밭의 붕괴 ▦2040세대의 투표참여 ▦중도층의 교차투표 등이 5대 키워드(특징)로 꼽힌다.
13일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와 14일 새벽 최종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쳐 여소야대(與小野大)가 현실화했다. 올해 초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꾸준히 40%대를 유지해왔고, 야권 분열 효과로 20대 국회에서도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과 반대된 결과다.
수도권은 전체 선거 결과를 판가름한 민심의 바로미터임을 입증했다. 새누리당은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지만,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35석만 건진 참패를 기록,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초박빙 승부를 벌인 수도권 경합지역 중 다수가 더민주 승리로 기운 게 치명적이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공천 파동은 텃밭 붕괴를 가져왔다. 이른바 ‘옥새파동’으로 불린 새누리당 공천학살 과정에서 친박ㆍ비박계 간 권력다툼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중도층뿐 아니라 새누리당 전통적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실제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선 공천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유승민(동을), 주호영(수성을) 후보 외에 야권 출신의 김부겸(수성갑) 더민주 후보와 홍의락(북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대구ㆍ경북(TK)을 방문, 새누리당의 ‘진박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무소속 돌풍 앞에 ‘박풍’(朴風ㆍ박근혜 바람)은 예전만큼의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더욱이 유 후보와 김 후보는 정파를 떠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어, 대구 민심이 현재 권력보다 미래 권력에 손을 내민 결과로 풀이된다.
더민주는 호남에서 그야말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호남 제1당인 더민주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한 것으로,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는 국민의당이 8석을 석권하고, 전체 28석이 걸린 호남을 통틀어 23석을 확보했다. 사실상 현재의 더민주로는 ‘정권 교체’가 어렵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로써 1987년 체제 이후 야권의 두 축이었던 호남 세력과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 세력 간 분열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거에선 2040세대가 ‘앵그리 영 보터’(성난 젊은 유권자)로서의 위력을 발휘했다. 이른바 ‘헬조선’ ‘흙수저ㆍ금수저’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경제ㆍ사회 상황에 대한 비판의식이 표심으로 분출됐다. 지난 대선에선 50대 이상 중ㆍ장년층의 투표가 박 대통령 당선의 결정적 변수였다면, 이번 총선에선 사전투표를 포함한 2040세대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더민주와 국민의당 선전의 주요 요인이었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수도권에서 더민주의 압승은 선거 전략의 승리라기 보다 정부여당을 심판하려는 2040세대와 중도층의 자발적인 투표 참여에 기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수도권에선 호남과 달리 더민주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이 국민의당 후보를 앞서면서, 국민의당 지지층을 포함한 중도층이 지역구 후보는 더민주,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교차투표’의 효과가 눈에 띄었다. 이는 수도권 경합지역에서 더민주의 선전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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