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반성으로 잠 못 드는 새누리당 대구시당
“저 xx 집에 보내야지, 가만두면 안돼.”
20대 총선 개표방송이 한창이던 13일 저녁 대구 수성갑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 선거사무소에서는 방송에 같은 당 최경환 대구경북권 선대위원장이 비칠 때마다 욕설이 한 무더기 쏟아졌다. 같은 시각 공천파동으로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했던 주호영 당선자 사무실에서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14일 이번 총선에서 제1정당 자리를 넘겨주게 된 새누리당의 대구시당과 선거 후보 사무실에서는 공천파동 책임자 척결과 겸허한 반성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 가신그룹에 대한 문책론은 피해갈 수 없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 당직자들은 “유승민 하나 날리자고 100석을 버리는 정당이 어디 있나. 중앙당이 오판한 것이고, 이한구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여기다 (조원진 의원이) 존영 논란 일으켜서 20석 더 잃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당직자들은 “우리 당원들은 2년 전에 벌써 친박이 아닌 비박 당 대표를 뽑고, 유승민을 밀어주면서 이런 사태를 미리 심판했다. 김무성이 끌어가고 유승민이 할 말 할 때는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았다. 그걸 가신들이 망친거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자에 대한 논평도 빼놓지 않았다. 새누리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새누리당) 꼴보기 싫어서 김부겸 밀어줬다. 하지만 김부겸이 민주당에서 제 목소리를 내려면 새누리당을 까야하고 박 대통령을 욕해야 한다. 당선을 위해 카멜레온이 됐지만 유승민과 김부겸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차기 대권에 대한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대구의 한 새누리당 당원은 “이런 식으로는 대권도 위험하다. 총선 결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자들을 척결해야 한다. 끝까지 책임묻고 물러나게 해야한다. 대통령 눈 귀 가려 국민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가신들을 가만둬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대구시당 백란숙 여성팀장은 “집안싸움하고 오만방자하게 굴다가 이 꼴이 난 만큼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며 “대구 시민들이 채찍질할 때 새누리당이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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