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표 사퇴… 靑은 침묵
비대위원장에 원유철 추대
4ㆍ13 총선에서 원내 제2당의 성적표를 받아 든 새누리당이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김무성 대표가 14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함에 따라 지도부는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또 공천파동으로 탈당한 무소속 당선자들도 사실상 복당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이날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해주셨고 저희는 참패했다”며 “선거의 모든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사퇴 표명으로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에 친박계인 원 원내대표를 추대했다. 비대위는 이르면 5월 말~6월 초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당을 관리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공천 파동의 책임이 있는 친박계가 아닌 중도성향의 의원이나 외부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에선 다음달 29일까지인 19대 국회의 남은 기간 법안 처리나 대야 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겸하는 게 좋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 최고위원은 “원 원내대표는 자신도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지도부인데 비대위를 이끄는 건 맞지 않다고 고사했으나 김 대표를 비롯해 다른 최고위원들이 추대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고위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개혁적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에게 문호를 대개방해야 한다는 데 최고위원들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복공천 논란으로 휘몰아친 민심 이반이 총선 참패를 불렀기 때문에 이 문제를 조속히 해소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이로써 중도보수를 표방했던 유승민 당선자를 비롯한 7명의 탈당파 무소속 당선자들이 곧 당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날 충격적인 총선 참패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으나 일부 수석비서관의 사임설이 도는 등 분위기는 종일 흉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의외의 선전을 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국민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 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며 “더민주의 잘못에 회초리를 들어준 호남 민심을 잘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이번 선거는 정치인이 아닌 국민의 승리”라며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는 대변자로 일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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