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상업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것도 처음이다. 영화 ‘위대한 소원’의 개봉(21일)을 앞둔 배우 김동영(29)은 여러 가지로 첫 경험을 하고 있다.
아역 배우 출신인 그는 데뷔한지 17년이나 됐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꽃피는 봄이 오면’ ‘사랑을 놓치다’ ‘짝패’ ‘완득이’ ‘무수단’ 등 20여편의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했다.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영은 “이렇게 한 장소에서 며칠씩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낯설기만 하다”며 웃었다. 그는 “주연이라면 언론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송강호 선배님께 살짝 들었다”고 귀띔했다.
살뜰히 후배를 챙기는 선배의 마음에 김동영은 “연기나 사회생활 등 배울 게 많은 선배”라고 송강호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언론 인터뷰까지 하게 된 건 “모두 안재홍 형 때문에 판이 커져서”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위대한 소원’을 촬영하고 있을 때 안재홍 형은 영화 ‘도리화가’를, 류덕환 형은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촬영을 마쳤었죠. 내심 마음 속으로 ‘두 영화 중 하나만 잘 되라’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끝내고 재홍 형이 촬영한다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은 정말 (좋은 영향을 주리라)생각지도 않았죠.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응팔’이 날개를 달아준 것 같아요.”
김동영은 안재홍의 성공에 “친형이 잘 된 것처럼 너무도 기뻤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영화 ‘굿바이 보이’에서 시작됐다. 김동영은 ‘굿바이 보이’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했지만 안재홍은 단역으로 살짝 얼굴만 내밀었다. 이 작품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게 됐고, ‘위대한 소원’을 통해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고등학교 친구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으로 만났다.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읽어내려 가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의 소원인 첫 경험을 들어주기 위해 나선 남준과 갑덕의 고군분투가 코미디였죠. 정말 두 형과 연기하며 ‘케미’가 무언지 알게 됐으니까요.”
다음은 김동영과의 일문일답.
-상업영화로는 첫 주연이 아닌가.
“그렇다. 이렇게 한 공간에서 며칠씩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처음이다. 너무 낯설고 부담감 책임감이 커진다.”
-‘응팔’ 덕분인지 안재홍이 출연해 더 주목 받는 듯하다.
“한 달 동안 ‘위대한 소원’을 촬영할 때 안재홍 형이 ‘응팔’ 미팅을 다녀왔다고 하더라. 형이 겸손하게도 ‘아우 나는 조금밖에 안 나와’라고 했다. 그런데 ‘응팔’을 보니 형의 무게가 굉장히 크더라. 너무 놀랐다.”
-‘위대한 소원’도 ‘응팔’의 후광효과를 보고 있다.
“이번 영화 촬영 중에 안재홍 형은 영화 ‘도리화가’, 류덕환 형은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촬영을 마쳤었다. 그래서 내심 속으로 ‘두 영화 중 하나만 잘 되라’했다. 그래야 ‘위대한 소원’도 두 사람의 활약으로 관심을 받을 테니까. 정작 ‘응팔’은 생각지도 않았다. ‘응팔’이 우리 영화에 날개를 달아준 듯하다.”
-영화가 10대들의 이야기지만 성적 코드가 강하다.
“영화 시사회를 본 분들은 웃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다. 남성들은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공감대가 있지만, 여성분들은 웃고 재미있다고 하신 반면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영화라서 과장되게 표현된 부분들이 있으니 이해하고 봐달라.”
-데뷔가 빠른 편 아닌가.
“초등학생 때 영화 ‘내 마음의 풍금’(1999)에 이병헌 선배님이 가르치는 반 학생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학생들 중 가장 어렸다. 정식 데뷔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권상우 선배의 아역으로 나왔다. 리샤오룽(이소룡)의 영화를 보면서 ‘아뵤!’하는 아이가 바로 나다(웃음). 이후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에 출연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어릴 때는 운동을 좋아했다. 하지만 외아들이라 어머니의 큰 관심 속에 자란 탓에 험한 운동은 피해야 했다. 어머니가 연기학원을 권유했다. 2년 간 수료하면 야구 글로브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초등학교 3~5학년까지 다녔다. 이때 ‘내 마음의 풍금’에 출연했다.”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건 언제인가.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꽃피는 봄이 오면’ 출연부터다. 당시에 인터넷으로 오디션을 본다는 공고를 본 후 직접 찾아갔다. 갔더니 류장하 감독님과 최민식 선배님이 앉아계셨다. 류 감독님이 최민식 선배님을 가리키며 ‘최 선배 영화 본 거 있어?’라고 물으셨는데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당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대게 출연했던 그의 영화를 보지 못해서였다. 그 때 두 분이 크게 웃으셨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안재홍과의 인연도 특별하다는데.
“예전에 영화 ‘굿바이 보이’를 촬영할 때 안재홍 형을 처음 만났다. 그와는 잠깐 마주쳤지만 ‘위대한 소원’으로 다시 만났을 때 기억이 나더라. 한 번 사람을 보면 얼굴을 기억하는 편이다.”
-예전 무명이었던 안재홍이 아니다.
“판이 커져버렸다(웃음). 나 역시 상업영화 첫 주연이라 언론 인터뷰를 하는 풍경도 낯설다. 이런 변화에 대해 송강호 선배님께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지난달 촬영을 마친 영화 ‘밀정’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 선배님은 ‘며칠 간 삼청동에 지내면서 인터뷰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선배님의 경기도 집과 삼청동의 거리가 멀어서 아예 인터뷰 장소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지내신다고 하더라. 이동하느라 피곤이 더 쌓일 테니 삼청동에서 며칠 지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셨다. 또 어떻게 인터뷰가 진행되는지 등을 세세히 알려주셨다. 주연 배우가 가진 무게감이 얼마나 버거운지 알 것 같았다.”
-강한 인상과 달리 ‘위대한 소원’에서는 어리바리한 고등학생이었다.
“영화에서도 웃는 장면이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껏 영화에선 맞는 장면이 더 많다. 인상이 강하니 사람들이 (그걸)잘 모르더라. 코믹 영화인 ‘위대한 소원’에서 아마 심각하게 보였다면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눈 앞에 둔 친구 고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난 것이다. 연기할 때도 류덕환 형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고 몰입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했기에 장점이 있다면.
“사회생활을 빨리 배운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나이 많은 선배님들께 먼저 가서 ‘식사 하셨어요?’라며 인사를 건네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없다. 좋아해주신다. 아마도 어린 배우들을 불편해 하실 수 있다. 그럴 때 먼저 가서 이런 저런 말동무 해드린다. 어릴 때부터 현장 스태프 형님들과 친하게 지낸 노하우다(웃음). ‘꽃피는 봄이 오면’팀과는 매년 연말에 모임을 한다. 고등학생 때 본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만나는 거다. 거기서도 내가 가장 막내다. 그런 자리가 좋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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