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2주기 추모 대담회
“사회 시스템 반성 없인 참사는 언제든지 재발”
“지금까지도 학생들에게서 고통을 호소하는 메일과 편지를 많이 받고 있어요. 사고 당사자가 아닌데도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시기에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다녀 온 한 학생은 교실에 앉아 있을 때마다 창문으로 물이 들어 차는 환각에 시달린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1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세월호 2주기 추모와 성찰을 위한 대담회’에서 최호선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집단 트라우마를 설명하며 교육 현장의 관계자가 이를 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2주기의 국가ㆍ사회적 의미를 성찰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대담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되돌아보지 않으면 참사가 개인이나 가정의 불행을 넘어 우리 시대의 집단적 불행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통렬한 지적이 쏟아졌다.
행사장은 검은 정장에 노란색 리본을 단 학부모와 교사, 교육청 직원 150여명이 가득 채웠다. 대담회에는 유가족 지원 활동을 해 온 송경용 걷는교회 주임사제, 사고 직후 팽목항과 대구 등지를 오가며 세월호 리본을 나눠주는 활동을 했던 최호선 교수, 세월호 선원과 청해진 선사에 대한 재판 과정을 취재해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펴낸 오준호 작가, 조희연 교육감 등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 모인 교육 관계자들에게 세월호 사고로 인한 학생들의 집단적인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최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이 어른들을 ‘6ㆍ25 전쟁 때 다리를 끊고 도망간 사람들’에 비유하기 시작했다”며 “‘세월호 타령 좀 그만하라’는 어머니에게 ‘내가 배에 탔어도 그런 말을 했겠느냐’고 묻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갔다는 여학생의 메일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후 학생들에게 자리잡은 집단적 불신과 상처를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작가도 “학생들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끔찍한 참사 현장에서도 서로 돕고 어린 아이를 구하고 여러 일을 했다”며 학생들의 주체적인 역할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교육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진상 규명이 여전히 ‘죄인’ 색출에 매몰돼 있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오 작가는 “해경, 선원, 청해진해운 등 죄 지은 사람이 누군지 지목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며 “세월호 참사는 물질만능주의와 도덕적 해이, 기업의 탐욕 등이 복합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반성 없이 개인에 대한 처벌에 그친다면 참사는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세월호라는 비극적 사건의 교육적 의미를 숙고해 경쟁 중심의 시장주의 교육 시스템이 아닌 학생 개개인을 껴안고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하는 교육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