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여진공포로 몸서리쳐
동일본대지진의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도 않은 일본 열도가 또다시 지진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14일 규슈(九州)섬 구마모토(熊本)현을 강타한 규모 6.5의 지진은 5년 전 도후쿠대지진(규모 9.0) 이후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것이어서 더욱 피해가 컸다.
일본 정부가 15일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규모는 사망자 9명과 부상자 1,100여명. 워낙 규모가 큰 지진인데다 진원의 깊이도 약 11㎞로 얕은 편이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도 많아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더구나 첫 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대피한 주민들도 안심할 수가 없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까지 몸으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여진이 125차례나 이어졌다. 일본 NHK와 인터뷰한 주민은 “땅밑에서부터 우리를 밀어 올리듯 흔들린 뒤 좌우로도 크게 움직였다”며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이라며 경악했다. 지진발생시 집안에 혼자 있었다는 미우라 후카시는 “찬장과 가구가 넘어지면서 그릇이 깨지고 수도배관도 터졌다”며 “피아노가 1m정도 굴러갈 정도의 지진은 평생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진앙지로 최대 피해가 발생한 구마모토현 마시키 마치의 상황은 처참할 정도다. 지은 지 오래된 가옥들은 대부분 허물어졌고 도로는 곳곳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생겼으며 주유소에는 주유기가 쓰러진 채 널브러져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일본의 중요문화재이자 관광지인 구마모토성(城)의 성벽도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담벼락이 폭격을 받은듯 처참하게 파손됐고 성벽에는 지름1m가 넘는 구멍이 뚫렸다. 임진왜란(1592~1598년)때 조선을 침략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전쟁 이후 자신의 영지로 돌아와 축성한 성으로 나고야(名古屋)성, 오사카(大阪)성과 함께 일본 3대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성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천수각(天守閣) 지붕의 기와도 상당부분 파손됐다. 강진으로 국가지정 문화재 8건이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NHK는 이날 전했다.
일본 정부와 현지인들은 또한 규슈 남부의 가고시마(鹿兒島)현에 있는 센다이원전을 주시하고 있다. 이 지역도 진도 4의 흔들림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규슈전력은 쓰나미가 없어 원전은 정상 가동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5년전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겪은 일본인들은 또다시 재난의 공포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규슈 구마모토현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잦아 세계적으로도 ‘불의 고리’라 불리는 곳이어서 초대형 강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진앙으로 추정된 아소산은 수 십년 간 활동이 잠잠했으나 지난해 9월에 분화를 일으키며 본격 활동을 시작한 상황이다. 당시 화산재가 2000m 상공까지 솟구쳤다.
일본에서 진도 7에 육박한 지진은 1990년대 이후 세 차례 발생했다. 95년 1월 한신대지진으로 신칸센 선로와 고속도로가 붕괴하는 등 6,434명이 사망했고, 2004년 니가타주에츠지진(68명 사망), 2011년 도호쿠대지진(사망ㆍ실종 1만8,000명)에 이어 네번째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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