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에 화합형 인사” 카드
“책임질 사람이 쇄신 주도하나”
비박, 원유철 위원장에 직격탄
김무성 서신으로 진화 나섰지만
“ 비박계 공천파동 의도적 공론화”
친박 반발로 갈등 오히려 증폭
윤상현 복당 신청 잡음까지
“리더십도 수습책도 없다”
안팎서 비판 여론 갈수록 고조
새누리당이 4ㆍ13 총선에서 원내 제1당 자리마저 내주는 참패를 당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이외에 별다른 당 쇄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수세에 몰릴 때면 깜짝 카드로 국면을 전환하던 청와대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기 바란다”는 내용의 두 줄 논평을 낸 뒤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는 친박ㆍ비박계간 계파 갈등이 총선 패배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재현될 조짐이다. 제대로 된 반성은커녕 당ㆍ청 어느 누구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데 따른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회초리와 질책의 목소리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환골탈태의 각오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22일로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확정될 비대위에 화합형 인사를 전면 배치키로 하는 등 ‘화합’을 혁신의 첫 카드로 꺼내 들었지만, 친박ㆍ비박계간 책임론 공방은 이날도 불을 뿜었다.
비박계인 이혜훈 당선자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패배의 원인은) 공천 파동의 주력인 주류들”이라며 사실상 친박계를 겨냥했다. 비박계는 특히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신박계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고, 공석이 된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도 새로 한다는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박계 한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한다면서 비대위가 당직 인선까지 하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며 “시간을 끌어 여론이 잠잠해지면 ‘최경환 당권’ 카드를 꺼내겠다는 뜻”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막말 녹취록 파문으로 공천배제돼 탈당했던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이 복당 신청서를 낸 것과 관련해서도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보복공천을 심판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허용하긴 했지만,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 의원은 사정이 다른데 ‘끼워넣기 식’으로 복당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급기야 전날 사퇴한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서신을 통해 “국민의 뜻을 진정으로 겸허하게 실천하는 첫걸음은 바로 ‘내 탓이란’ 자세를 갖는 것”이라고 책임론 공방을 진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친박계는 비박계가 차기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천 파동’ 문제를 의도적으로 공론화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김 대표가 ‘옥새 쿠데타’로 당을 한순간에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았냐”며 “그런데도 또다시 계파 문제를 꺼내면 이번에는 국민이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를 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직까지 침묵 모드인 청와대의 대응에 대한 평가에서도 계파간 온도차가 크다. 비박계는 청와대가 ‘배신의 정치 심판’, ‘진실한 사람’ 등의 메시지를 내놓았던 만큼 국정 쇄신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오만과 독선의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전환을 위한 카드로 인적 쇄신을 선택한 전례가 없다고 반박한다. 친박계 한 핵심의원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라며 “지금은 개혁과제를 묵묵히 수행할 때”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눈에 띄는 정국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이유를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서 찾기도 한다. 평소 2인자를 용납하지 않은 탓에 총선 패배를 수습할 대안 리더십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오세훈ㆍ김문수 등 잠룡들마저 줄줄이 낙선하면서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낼 리더십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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