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충돌 아닌 지각 변동이 원인
신라ㆍ조선 강타했던 지진들은
사료 적힌 피해로 규모 6~8 추정
1980년 평안도에선 규모 5.3
14일과 16일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규모 6.5, 7.3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하자 그 여파로 국내 지진으로 오인한 신고가 16일 오전까지 3,900여건에 달했다. 그간 한반도는 지각판들이 만나 충돌하는 경계인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기상청의 국내 지진 발생 현황에 따르면 공식 관측이 시작된 1978년부터 30여년간 국내에서 진도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은 없다. 지난해까지 일어난 지진 중 가장 위력이 높은 것이 1980년 1월 평안북도 서부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었다. 진도 5~5.9에서는 나무나 전신주가 흔들리고, 오래된 건물의 벽에 금이 가거나 일부가 무너질 수 있다. 국내 연평균 지진 발생은 47.7회로, 대부분 사람이 느끼지 못하고 지진계로만 측정 가능한 규모 0~2.9 수준이다.
그러나 기상청 관측 범위를 벗어난 오랜 과거에는 큰 지진이 발생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있다. 대규모 지진 발생에서 30년은 아주 짧은 기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는 서기 779년 신라 혜공왕 시절 ‘민가가 무너지고 죽은 자가 100여명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정도라면 규모 8 이상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 등 조선시대 사료도 1445년 전남 해남과 1546년 전남 순천, 1643년 부산 동래 지역에 규모 6 이상으로 보이는 지진을 묘사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지역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때 빈도보다 크기를 중시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오래 전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면, 지질 운동의 특성상 일정 주기가 지나고 같은 규모의 지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지진은 판끼리 충돌보다는 깊은 지하의 지각 변동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지민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연구관은 “지하 암석이 약해지면서 주변의 땅이 움직이는 지진은 판과 판이 부딪치는 지진보다 더 불규칙하고 좁은 지역에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재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오래된 건물의 내진 설계를 보강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홍태경 교수는 “2000년대 전에 지어진 건물 대다수는 내진 설계가 안 돼 있는 곳이 많다”며 “전국적으로 지진 위험성 평가를 실시해 취약지역을 선정하고, 취약지역 중심으로 보완해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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