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버지 성격을 많이 닮아서요. 아, 이건 취소하겠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종방 간담회에서 송중기(31)가 가장 말을 아꼈던 화두는 ‘사생활’이었습니다. 드라마 인기로 집에 팬들이 무단으로 들어올 정도이니 가족들까지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 보였습니다. 그의 입에선 “속상하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전 여자친구 사진까지 인터넷에 돌며 자신의 유명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촌스럽고 보수적”이라는 실제 성격 얘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아버지 얘기가 나왔는데도, 이마저도 조심하며 송중기가 말을 다른 쪽으로 돌린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송중기가 다 말을 아낀 건 아닙니다. 친한 동료이자 한 살 터울 동생인 유아인(30)에 대해서는 군 생활 중 겪은 얘기까지 솔직하게 들려줬습니다. 공식적인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비공식적으로 취재진과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태양의 후예’부터 영화 ‘베테랑’까지 얽힌 얘기가 많았습니다. 송중기에 직접 유아인의 ‘태양의 후예’ 특별 출연 얘기를 물어보니 “술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다 (유)아인이가 먼저 카메오 출연을 하겠다고 해줘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유아인은 지난 6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 13회에 다소 냉소적인 은행원 역으로 깜짝 출연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습니다. 송중기는 “‘베테랑’ 조태오 같더라”며 웃었습니다. “무섭게 빠져 들어줘 고맙다”는 말도 보탰습니다. 유아인이 영화에서 안하무인 재벌 2세로 나왔는데, 그 느낌이 묻어났다는 얘기였습니다.
‘베테랑’은 송중기가 군 생활을 하던 지난해 8월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송중기는 ‘베테랑’을 “휴가 때 나와 봤다”고 했습니다. ‘베테랑’을 알게 된 건 개봉 전이었다고 합니다. 송중기는 “아인이가 ‘베테랑’ 대본을 군대에 소포로 보내줘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 사람이 평소에도 서로 출연하는 작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다는 얘깁니다. 송중기는 “아인이가 하는 조태오 연기를 보고 놀랐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가 잘 상상이 안 되더라”는 말도 했습니다. 공교롭게 송중기는 유아인과 ‘베테랑’을 찍은 류승완 감독의 다음 작인 ‘군함도’에 출연합니다.
송중기는 유아인과 2010년 KBS2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해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송중기와 유아인은 ‘대세’ 배우가 되기 전이었습니다. 이 때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최근 ‘성균관 스캔들’을 연출한 김원석 PD와 함께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송중기는 “김 PD님이 나와 아인이를 보고 많이 찡해하시더라”고 말했습니다. 신인이나 다름 없었던 두 젊은 배우가 이젠 연예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청춘스타가 됐고, 두 배우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연출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어서 인 듯 합니다. 김 PD는 “둘이 ‘이제 드디어 투자를 받는 배우가 됐구나”라며 두 사람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합니다. 그는 KBS에서 CJ E&M으로 이적한 뒤 tvN에서 ‘미생’과 ‘시그널’을 연속으로 성공시킨 스타 연출자입니다.
송중기와 유아인은 사적으로는 친한 동료 사이겠지만, 밖에서는 두 사람을 경쟁구도로 보기도 합니다. 유아인은 지난 3월 SBS ‘육룡이 나르샤’ 종방 간담회에서 “아시안필름어워즈를 다녀왔는데 질문의 8~9할이 ‘태양의 후예’ 송중기 관련 질문이라 살짝 서운할 뻔 했다”는 농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얘기를 송중기에 기자가 직접 들려주자 “알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이 얘기도 두 사람이 나눈 듯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경쟁을 보는 건 그만큼 주위에서 두 배우를 비교하며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송중기는 유아인을 어떤 배우로 생각할까요? 그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 “우린 색이 너무 다른 배우”라며 “(유)아인이는 내게 큰 힘도 되고 의지도 되는 배우”라고 답했습니다.
송중기와 유아인을 보면 이정재와 정우성이 떠오르곤 합니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8)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뜨겁게 연기했던 두 배우는 20년 가까이 되어서도 친분을 유지하며 영화계를 이끄는 대배우로 성장했습니다. 송중기와 유아인도 10년 후 이정재와 정우성 같이 연대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배우가 되길 바라봅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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