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역사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이상돈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의 결과로, 양당 모두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 합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더민주도 결의안 추진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두 야당은 정부 압박 수단으로 교육부장관 해임 건의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더민주는 이미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금지법인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특별법은 역사교과서의 국정제 사용을 금지하고 ‘다양성보장위원회’를 설치해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동원하거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처리가 어려워 폐지촉구 결의안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게 국민의당의 설명이다. 강제성이 없는 국회 결의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나 정부가 군사작전처럼 강행하고 있는 국정화 작업에 제동을 건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제1당 자리까지 내주며 참패한 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독주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반대가 찬성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교육부가 접수한 국민 의견 가운데 약 70%가 국정화 반대였다. 당시 국정화 총대를 맺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이번 총선에서 6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미국 정부에서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15 국가별 인권보고서’는 “중ㆍ고교에서 역사교과서를 선택할 권리를 끝내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이 표현과 학문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밀실에서 교과서 집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집필진은 물론 편찬 기준 공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 정부 입맛에 맞는 역사서술을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실제 지난달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6학년 사회(역사)교과서를 보면 오류도 많고 서술 내용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1학기부터 배포 예정인 중ㆍ고교 국정 역사교과서는 ‘깜깜이’에 집필 기간도 매우 짧아 초등 교과서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유신독재 시절 도입했다가 사라진 잔재로 일부 독재국가에서나 사용하는 역사적 퇴물이다. 정권이 바뀌면 검인정 체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짙다.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국정화 작업을 중단시키는 데 야권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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