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에서 에콰도르까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지진이 잇따라 초대형 강진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지난주부터 일본과 바누아투공화국, 필리핀, 대만, 에콰도르, 통가 등지에서 발생한 지진이 서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진 않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서로 거리가 워낙 떨어져 있는 만큼 지진 에너지가 인접 지역으로 전달돼 일어나는 ‘방아쇠 효과’가 아니라 별개의 지진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학계는 올 들어 일본과 남아시아의 지진 발생이 유독 잦다는 점에서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초대형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11년 규모 9.0의 일본 도호쿠 대지진 역시 뉴질랜드에서 6.3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지 17일 뒤 일어났다. 환태평양 조산대란 뉴질랜드에서 동남아, 일본, 북아메리카 서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으로 이어지는 고리 모양의 지진 화산대다.
특히 이번 일본 규슈 지진은 경험칙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강진에 이어지는 여진의 규모는 통상 작아진다. 그러나 일본 규슈(九州) 지진은 14일 규모 6.5에서 16일엔 규모 7.3로 더 강해졌다. 이는 일본 서남부 지하가 거대한 지각판 두 개의 영향을 한꺼번에 받는 수평이동 단층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진은 구마모토(熊本)현을 중심으로 북동-남서 방향으로 발생했다. 이 선의 동쪽과 서쪽은 서로 다른 단층이다. 일본 서남부를 떠받치고 있는 유라시아판을 옆의 필리핀판이 비스듬히 밀며 이 단층 경계면이 수평으로 어긋나 지진이 일어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단층이 수평으로 어긋나면 땅이 옆으로 밀리면서 경계면을 따라 비슷한 세기의 지진이 잇따라 일어날 수 있다. 첫 지진 이후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
일본 서남부 지하를 움직인 필리핀판은 동쪽으로 맞닿은 태평양판에 떠밀려 왔다. 일본으로선 거대한 지각판의 힘을 이중으로 받은 셈이다. 이렇게 쌓인 응력(스트레스)이 분출돼 강진을 만들어냈고, 그 충격의 일부가 한반도까지 전달됐다. 동해와 남해 지하에는 과거 한반도에 붙어있던 일본 열도가 떨어져 나가면서 판이 깨져나간 흔적(쓰시마-고토 구조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다행히 규슈 지진의 에너지가 이곳에서 상당량 흩어져 한반도엔 영향이 적었다.
그러나 규슈 지진을 일으킨 단층 경계면에는 운젠산과 아소산 같은 활화산이 분포하고 있다. 16일 아소산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며 소규모 분화가 일어났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소산이 활동할 경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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