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이 정부ㆍ여당 심판
“野가 잘해서”는 7%에 불과
“대통령ㆍ정부 선거 개입 컸다”
19代 때 30%→ 이번엔 53%
그림 1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빌딩에서 열린 스타일 허브 개관행사에 참석해 관광홍보대사인 배우 송중기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123석)에 제1당 자리를 내준 새누리당(122석)의 총선 참패 요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새누리당으로 요약되는 보수 정치집단 전체의 잘못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역대 큰 선거를 좌우했던 정책ㆍ인물ㆍ바람은 없고 오로지 일여다야(一與多野)라는 여당필승의 선거구도에서도 패배한 것은 여권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하는 성난 표심이 녹아 있다는 풀이다.
4ㆍ13 총선 직후인 15,16일 한국일보의 4차 유권자 인식조사 결과, 새누리당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해서'(40%)가 지목됐다. 지난해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를 촉발한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은 이후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일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선거과정에서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들ㆍ眞朴) 마케팅 역풍을 몰고 왔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총선 막판까지 전국을 돌며 "국회 심판"을 피력,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여기에 ‘보완재’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경기악화에 대응할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여권의 지지층이 크게 이완하는 ‘집토끼의 반란’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참패의 제2요인으로는 '새누리당의 잘못(38%)’이 지목됐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국민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는 여권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지목했다”며 “야당의 승리는 자력 요인이 아닌 여권의 잘못에 의한 반사이익“이라고 분석했다. 야당에 힘을 실어 여권의 총체적 잘못을 지적하려는 게 표심이란 얘기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새누리당 패배 원인을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잘해서', 혹은 '야당 후보가 나아서'라고 응답한 합계는 6.9%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의 패배 원인은 19대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19대 총선 직후 동아시아연구원의 패널조사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선거 개입이 컸다'고 한 응답은 30.3%뿐이었지만 이번에는 53.2%로 2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반면 19대에서 56.6%에 달했던 '후보 비방이 심했다'는 응답은 이번에 34.1%로 22.5%포인트 내려갔다.
한편, 지지하는 정당 별로 여당의 패배 원인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지지층은 ‘새누리당의 잘못’(52.9%)이라고 지적했으나 더민주나 국민의당 지지층은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 크다’(각각 51.9%, 45.2%)고 답했다. 보수 지지층은 여전히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대 총선 4차 유권자 인식조사는 4월 15일부터 2일간 전국의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유ㆍ무선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지역ㆍ성ㆍ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고, 응답률은 9.0%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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