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명호씨가 자신의 사진 작품 일부를 무단으로 도용하고 변형해 사용했다며 영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마리 카트란주를 상대로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작가는 마리 카트란주가 자신의 ‘나무…#3’(2013) 이미지 일부를 도용해 만든 티셔츠를 판매했다며 이에 대한 저작권 침해 인정과 손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2013년 4월 발표한 이 작품은 작가가 2011년 경기 시화호 인근의 갈대 숲을 배경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 작가는 마리 카트란주의 제품에 출력된 이미지에 대해 “캔버스로 나무를 표현하는 작품의 핵심 기법을 그대로 베꼈다”며 “사진을 옆으로 늘리고 나무 가지 등을 지우는 등 무단으로 변형한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하늘 톤이나 갈대 밭 등의 표현도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이어 “스웨덴, 프랑스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제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봐 왔지만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참았다”며 “계속되는 표절을 이제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정세(靖世)의 김형진 국제변호사는 “사진 작업을 포함한 미술 작업에서 어디까지가 응용이고 어디부터가 도용인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차용 미술의 중요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전적인 보상보다 한국 문화의 육성과 발전에 있어 창작자 권리 인정과 보호를 위한 선례를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명호 작가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지난해 10월 19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저작권법과 랜험법(Lanham Act)에 근거한 저작권 침해와 부정 경쟁에 대한 소’를 제출했으며, 오는 7월 재판이 시작돼 수일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리 카트란주 측은 해당 제품의 판매와 홍보를 중단한 상태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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