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권여현(55) 작가가 처음 홍익대 회화과 교수로 임용돼 화제다. 홍익대 회화과 창설 67년 만에 첫 서울대 출신 교수로 미술계에 철옹성 같았던 순혈주의의 균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익대는 권여현 작가가 특채 형식으로 홍익대 회화과 정교수에 임용돼 지난 3월부터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홍익대 미대 순수미술 계열(회화ㆍ동양화ㆍ판화ㆍ조소)에서 서울대 출신이 교수가 된 첫 번째 사례다.
권 교수는 1985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원광대를 거쳐 2000년부터 국민대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1980년대 말부터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했으며 이론뿐 아니라 실기와 교육 분야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미술계에서는 “상징성이 큰 홍익대 순수미술 계열의 교수로 서울대 출신을 임용한 것은 파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우리들 사이에서‘동종교배’라고 표현하는 학맥이 완화되고 있다는 증거이자 무너뜨리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현재 홍익대 회화과는 교수 10명 중 8명이, 서울대 서양화과는 8명 중 7명이 해당 학교 출신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미술계에 만연한 폐쇄주의가 무너지기 힘들 것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미술계 인사는 “공채가 아닌 특채 형식으로 권 교수를 임용한 것은 서울대 출신에 대한 홍익대 내부 반발을 염려한 것 같다”며 “50여 년 넘게 이어져 온 양대 파벌 구도가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익대 관계자는 “임용 시 특별히 서울대 출신을 가려서 뽑은 적은 없었지만 서울대 출신 지원자들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부 반발을 의식해 특채 임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워낙 업계에서 검증된 분이다 보니 다른 지원자들과 경합 과정을 거치는 것이 불필요했다”며 “강의 등 업무 역량 등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홍익대 내부에서 특별한 반발은 없다”고 덧붙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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