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시빌 워)가 27일 개봉한다. 지난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 이후 마블스튜디오가 1년 만에 내놓는 대작이다.
‘시빌 워’는 올 봄 최고 화제작이다. 여느 해보다 높고 긴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극장가는 반길 만하다. 벌써부터 1,000만 관객은 거뜬하다는 말이 나온다. 영화의 인지도와 마블에 대한 영화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감안해 나온 예측이다. ‘시빌 워’는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영화는 2014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어벤져스2’의 뒤를 잇는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이면서도 ‘어벤져스2’의 후속편이라 해도 무방하다. 기존 마블 영화들이 어벤져스 팀에 소속된 여러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상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면, ‘시빌 워’는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 포커스를 맞춘다. 슈퍼 히어로 때문에 애먼 희생자들이 나온다는 여론이 제기되면서 세계 여러 국가들은 슈퍼 히어로 규제 협약을 마련하려 한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 등은 협약에 협조하려 하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와 팔콘(샘 윌슨) 등이 이에 반대하며 어벤져스 팀 내부에 균열이 인다. 캡틴 아메리카의 오랜 친구이나 비밀 나치조직 히드라에 의해 세뇌 당한 윈터 솔져(세바스천 스탠)가 유엔본부 폭탄 테러의 범인으로 낙인 찍히면서 어벤져스 팀은 두 동강 난다. 캡틴 아메리카는 친구의 결백을 주장하고, 아이언맨은 캡틴 아메리카의 진심을 의심한다. 결국 슈퍼 히어로들은 두 패로 나뉘어 내전에 버금가는 싸움을 펼치게 된다. 12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5개 만점)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의 이마 위로 깊게 패인 주름이 영화를 상징한다. ‘어벤져스’와 ‘아이언맨’ 시리즈가 보여줬던 웃음의 크기는 줄었고, 주인공들의 고뇌가 더욱 커졌다. 정의 구현을 위한 슈퍼 히어로의 파괴적인 행동은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긴장을 빚어낸다. 슈퍼 히어로들이 겪은 상실의 상처를 세련된 화술로 풀어내며 흥미를 돋운다.
마블 영화 중 어둡고 묵직한 편에 속하나 유머를 잃지 않는다.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먼)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전 마블 영화에 변주를 줬다. 슈퍼 히어로들이 패를 갈라 싸움을 벌이는 후반부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캐릭터 개개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이들의 몸동작과 초능력을 조화시키는 연출 능력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이것저것 적당히 맛있는 뷔페식당을 찾은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정신 없이 음식을 먹었는데 맛은 기억나지 않고 포만감만 남은 듯한 기분이다. 사전 학습이 어느 정도된 마블 팬들이라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강은영기자 (★★★)
잘 만든 불량식품이 따로 없다. 최첨단 과학 기술로 탄생한 슈퍼 영웅들이, 그것도 12명씩이나 대거 등장해 날고 달리며 관객을 현혹한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헐크와 토르의 빈자리도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과 앤트맨(폴 러드)이 ‘깨알’ 재미를 선사하며 채운다. 컴퓨터그래픽(CG)만으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라는 단순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듯, 태권도와 유도 쿵푸 등 동양의 무술들을 총망라한 정통 액션까지 버무렸다. 먹지 않고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맛깔스러운 불량식품 같다.
그렇다고 덥석 입 안에 넣었다간 큰 코 다친다. 모든 시리즈물이 그러하듯 캐릭터는 물론이고 전편에 대한 설명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더욱 견고하고 높게 ‘마블 성’을 쌓았기에 초급자들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힌다.
아이들에게는 절대 추천하지 않겠다. 어른 싸움에 10대 청소년까지 끌어들이는 무정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행실이 마음에 걸린다. 아이언맨은 “처자식이 있는 어른이 편가르고 싸우는 데 동참했다”며 호크아이(제레미 레너)에게 쓴 소리를 던지면서도 자신은 여권도 없는 10대 소년 피터(스파이더맨)를 감언이설로 싸움에 끌어들인다.
양승준기자 (★★★★)
영웅 액션 영화의 ‘끝장판’이다. 동지였던 슈퍼 히어로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펼치는 대결 장면은 압권이다. 극 후반 20여 분 동안 펼쳐지는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넘치며 강렬하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다.
새롭게 합류한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은 ‘B급 캐릭터’로 나와 또 다른 웃음을 준다. 앤트맨이 보여준 새로운 능력은 놓치지 말아야 할 반전 중 하나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로 개봉 전 잔뜩 기대만 부풀려 놓고 정작 두 영웅 사이 액션 장면은 초라해 지적을 받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비교하면 오락 영화로서의 즐거움은 훨씬 크다.
동지였던 영웅들이 왜 갈라서게 됐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는데, 이를 ‘엑스맨’ 시리즈처럼 세상과의 공존에 대한 의견 차이로 무리 없이 풀었다. 다만 바른 생활 사나이 같았던 캡틴 아메리카가 너무 감정적으로 그려져 캐릭터의 일관성이 흐트러진 게 아쉽다. 전작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보지 않은 관객은 이 영화 속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을 쉬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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