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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선원 수천명 구한 여기자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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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선원 수천명 구한 여기자 4인방

입력
2016.04.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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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섬의 강제노동… 특종 욕심 꾹 참고, 석방까지 기다렸다

퓰리처상 최고 영예인 공공부문을 수상한 AP통신 마서 멘도사(왼쪽부터), 로빈 맥도웰, 에스더 투산, 마지 메이슨 기자. 마서 멘도사 기자는 200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노근리 학살을폭로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뉴욕=AP 연합
퓰리처상 최고 영예인 공공부문을 수상한 AP통신 마서 멘도사(왼쪽부터), 로빈 맥도웰, 에스더 투산, 마지 메이슨 기자. 마서 멘도사 기자는 2000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노근리 학살을폭로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뉴욕=AP 연합

특종 욕심은 간혹 기자정신을 빛바래게 한다. 남보다 앞서 기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취재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거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도 빈번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남아 노예 노동자들의 참상을 다뤄 올해로 100회째인 2016년 퓰리처상(공공부문)을 수상하게 된 AP통신 여기자 4명의 경우는 달랐다. 자신들의 신변 위협을 감내하고 특종 욕심은 잠시 묻어둔 채 취재원인 노예 노동자들이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보도를 보류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올해의 퓰리처상 공공부문 수상자로 AP통신의 마지 메이슨, 로빈 맥도웰, 마서 멘도사, 에스더 투산 등 4명의 기자를 선정했다. 수상작은 이들이 지난해 12월 보도한 ‘노예들의 해산물(Seafood from Slaves)’이라는 기획기사다.

납치 후 어선과 이름 모를 섬에 감금된 채 보상 없는 노동을 강요당한 동남아 노예노동자 수천 명의 지옥 같은 삶을 미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칵테일 새우와 연결 짓는 취재는 18개월 동안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오지 곳곳에서 끈질기게 이뤄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맥도웰과 투산 기자는 2014년 초 일군의 노동자들이 감금된 채 어업활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3,000㎞나 떨어진 벤지나섬을 찾아 나섰다. 이곳에서 철창 우리에 갇힌 노예선원들을 만나 인권유린과 다름없는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한 이들은 추가 취재를 통해 20년 동안 어선에 감금된 노동자, 불법노역으로 죽은 60여 명이 가명으로 묻힌 묘지의 진실을 밝혀냈다. 또한 맥도웰 등 기자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노예노동의 실태를 알고 있으면서 관련 수산물이 월마트 등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로 전달되는 과정을 묵과한 실상도 낱낱이 드러냈다.

기사작성이 무르익자 4명의 기자와 AP통신 편집진은 고민에 빠졌다. 자칫 기사를 급히 내보낼 경우 취재원이 된 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어서다. 특종의 과실만을 노렸다면 이들은 지체 없이 송고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취재내용을 관계당국에 넘긴 후 수백 명의 노동자가 벤지나섬 등에서 풀려나고 소년 노동자들로 운영되던 태국의 새우가공 공장이 단속되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20년간 어선에 갇혀 있던 미얀마 노동자가 가족과 상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서야 이들 기자는 송고를 시작했다.

기사가 보도된 후 동남아 지역에 만연했던 노예 노동자들의 참상이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가 노예노동으로 생산된 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2,000명이 넘는 노예노동자들이 자유를 얻었다. 맥도웰 기자는 수상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노예노동으로부터 해방된 노동자들이 서로 부둥켜안는 모습을 바라보며 보도가 가진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퓰리처상 속보부문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의 총격 사건을 보도한 LA타임스가 선정됐으며, 사진속보부문은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는 난민의 참상을 카메라에 담은 로이터와 뉴욕타임스가 공동 수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로 국제보도 부문상도 받았다.

이원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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