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침체는 부의 집중, 급격한 고령화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파괴된 탓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규제를 완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금융통화위원 내정자인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2016 한국포럼’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이 효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현재의 글로벌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일본ㆍ유럽이 마이너스 금리 등 극약처방을 도입하고 있지만, 소비 감소를 우려한 기업의 투자 축소→취업난ㆍ가계소득 악화→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덫’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격변하는 글로벌 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국제경제 위기 원인을 지적한 그는 “빠르게 진행되는 선진국ㆍ신흥국의 고령화로 잠재구매력이 낮아지면서 향후 세계 경제 견인 동력 또한 떨어질 것”이라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 원장은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세계경제가 겪는 구조적 침체에 빠져있는 건 불가피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금융자금은 국내 주력산업이자 거액이 필요한 중화학ㆍ선박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 한국의 우월적 지위를 허물었고, 우리나라의 잠재구매력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15개인 주요 수출 품목 중 30%가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도 한국경제 위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원장은 “한국경제 회복을 위해선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자리 창출과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있는 일자리를 늘려봤자 부가가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에게 일자리 몇 개를 만들어내라고 하는 건 소용이 없다”며 “규제를 완화하면 새로운 산업분야가 창출되고, 그 안에서 부가가치도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의 전환’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10년 전에는 물건을 사고 팔았으나 지금은 아이디어를 거래하는 시대”라며 “상품 생산ㆍ거래에 대한 개념부터 바꿔야 하고, 신생 산업분야에 대한 금융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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