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국포럼’제3세션 주제는 ‘재도약을 위한 규제 혁파’였다. 기업들이 고정 관념에서 탈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창조적 파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혁신의 걸림돌인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20대 국회에선 경제민주화도 좋지만 포지티브 규제 원칙을 네거티브로 바꿔 기업의 숨통을 터 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선언했다. 신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는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는데도 규제는 요지부동이다. 산업현장에선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여전히 규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포지티브 방식 규제로는 새로운 것을 할 수 없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구글은 검색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그들이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서비스부터 자동차사업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구글의 활동이 허용됐을까 의문이다. 규제 혁파가 안 되는 첫 번째 원인으로 지적되는 게 관료집단이다. 그 배경에는 모든 관료집단에 대해 무소불위의 감사 기능을 하는 감사원이 있다. 뭐 하나 새로운 것을 하다 조금만 잘못되면 감사원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기 시작하는데 어느 공무원이 소신껏 규제 개혁을 할 수 있겠나. 사고만 나면 대통령과 정부, 공무원 탓으로 모는 언론도 책임이 있다. 관료들은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규제를 더 촘촘히 만든다. 일부 의견만 듣고 규제를 자꾸 만들어내는 정치인들도 문제다. 규제를 하나 하나 놓고 따지면 해결이 안 된다. 전체 틀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 경제민주화도 좋지만 20대 국회가 포지티브 규제 원칙을 네거티브로 전환하면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규제의 배경에는 소수의 집단이기주의가 숨어있다. 2000년대 초반 전체 국민은 5,000만명인데 그 중 2만명인 영화인이 자신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스크린쿼터를 주장하며 시위했다. 전체 근로자 중 대기업이나 공기업, 금융기업 등 노조에 속한 근로자는 7.4%다. 이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노동개혁이 안 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나 환경 보호, 국토 균형 발전 등을 내세우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수의 집단 이기주의가 있다. 소수의 목소리만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조 대표가 자기 팔을 어떻게 자르나. 결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개혁을 해야 한다. 합의로 해서는 안 된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당시 혁신담당 보좌관을 지낸 알렉 로스에 따르면 20년 뒤에는 현재 직업의 65%가 없어진다. 미래에 적합한 교육을 해야 한다. 컴퓨터가 못하는 인문ㆍ사회ㆍ문학ㆍ수학ㆍ엔지니어링 등을 융합해 가르쳐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지금 규제 개혁을 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우리 후손들이 받게 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규제 혁파가 일자리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8년 임기 동안 2,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 수단이 규제 혁파였다. 취임 초기 워싱턴DC 정부 청사에서 캐비닛의 서류를 꺼내 쌓아놓고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질렀다. 무조건 규제를 다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도 있다. 그러나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 도장 200개가 필요해선 안 된다. 행정편의주의가 낳은 규제는 사라져야 한다.
권 원장=규제를 혁파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투자를 많이 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굉장히 어려운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과 비교할 때 한국은 인건비가 비싸고 세금 외 준조세도 많다. 만약 여자 골프를 교육부나 문체부에서 담당했으면 이렇게 잘할 수 없을 것이란 우스갯소리를 한다. 가급적 시장에 놔둬야 한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무엇을 규제로 볼 것이냐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최근 연구자료 보면 미국은 최상위 1% 소득계층이 전체 소득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지구촌에서 상위 1% 집중이 가장 심한 나라다. 상위 1%로의 집중을 막는 해법으로 이들의 경제 활동에 제약을 가할 것인가 아니면 1%에 가해지고 있는 규제를 풀 것인가에 대해 우리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규제를 푸는 게 일자리를 늘리는 길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규제를 푸는 게 성장뿐 아니라 분배도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다. 규제 혁파는 진부하고 그 동안 계속 해왔는데도 잘 되지도 않는데 뭘 다시 규제 개혁이냐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다시 영혼을 쏟아 한 번 해볼 과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