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국포럼 3세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주제발표
공약검증제 도입 제안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은 “정부의 제도적인 규제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입김으로 발생하는 넓은 의미의 규제를 함께 혁파해 민간이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의 장점인 자율성과 창의성, 경쟁을 촉진해 이를 경제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박 전 장관은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 한국포럼’의 제3세션 ‘재도약을 위한 규제혁파’ 주제 발표를 통해 “저성장이 고착되지 않으려면 ‘4대 개혁’을 비롯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60년간 정부와 정치권이 발 빠르게 전략을 마련해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이른바 ‘큰 정부’와 ‘큰 정치’가 성공을 거두며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대기업 계열사 거래 규제 등은 세계 표준보다 엄격한 과잉ㆍ획일 규제이고, 정규직만 염두에 둔 경직된 고용ㆍ임금체계도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며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거나 사전ㆍ사후 규제가 섞여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일부 기업의 인사에 관여하는 등 과도한 경영 개입, 육성ㆍ촉진ㆍ진흥 명목으로 우후죽순 설립된 비대한 공공기관, 시장수요와 동떨어진 고등교육과 직업훈련 등도 개선돼야 할 점”이라며 “기득권에 갇힌 서비스업의 문턱과 울타리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전 장관은 정치권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 공약검증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각 정당이 선거 3개월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약을 등록하고 이후에 공약을 변경하거나 신설하는 것을 금지한 뒤 공약에 필요한 재정을 추계·검증·공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내놓은 청년 구직수당, 기업 성과공유제, 중소기업 사회복무제, 무역이득 공유제 등을 지목하며 “우리 경제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악성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정책에서 전문가의 우위는 옛말이 됐고, 무게 중심이 정치권으로 옮겨가 반값 무상 등 날림정책만 난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전 장관은 “우리 경제가 민간 주도의 선진 경제로 나아가려면 곳곳에 뿌리내린 ‘큰 정치’와 ‘큰 정부’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며 “고통과 저항이 따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규제 혁파의 청사진, 목표, 전략, 실행계획을 세워 과감하고 꾸준하게 실천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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