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입원, 취지에 안 맞아”
서울시교육청 인가 보류
장애 아동을 위한 국내 최초 어린이 재활병원이 병원 내 교육 시설 설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따르면 장애아동 교육을 위해 ‘병원 학교’를 만들려던 계획이 서울시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못해 보류된 상태다. 이달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문을 여는 이 병원은 장애아동의 치료와 재활뿐 아니라 교육, 직업재활 등 통합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는 장애아동 전문병원이다.
병원 학교는 백혈병ㆍ암ㆍ만성질환 등으로 3개월 이상 병원에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 내 학급이다. 아픈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출석을 인정해 줘 질병으로 인한 유급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인가를 하고 운영예산 등을 지원한다.
지적 장애, 발달 장애, 자폐아 등이 주로 이용하게 될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91개의 병상을 갖출 예정으로, 병원학교 2개 학급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이에 지난해 시교육청에 병원 학교 설치를 문의했으나, 시교육청은 “이 병원의 장애 아동 입원 기간은 짧게는 2,3일, 길어도 1주일 정도인 단기입원이어서 병원학교 운영 취지에 맞지 않아 인가가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원 측은 국내 유일 어린이 재활병원인 만큼 지방에서 서울로 와 재활치료를 하며 입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조기 치료가 필요한 아동 등은 3~6개월 정도 집중 입원 치료를 하기 때문에 병원 학교를 설치해 안정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병원학교는 전국 33개 병원에 설치돼 있으나 대부분 비장애 아동들을 위한 곳으로, 장애 아동을 위한 병원 학교는 대전에만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2014년 처음으로 건양대병원과 대전보람병원에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병원 학교 설치를 인가해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대전 지역의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비영리법인 ‘토닥토닥’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석 대표는 “장애 아동은 조기교육이 중요해 만 3세 이상이면 의무교육 대상자지만 실제로는 교육을 거의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수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병원에 장기 입원해야 하는 아동은 장애 아동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와 교육을 함께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면담 때는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입원 아동 정보나 운영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성이 인정되면 병원학교 설치 인가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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