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표차 낙선 국민의당 문병호
“더민주 후보 野 단일후보 표현
유권자 선택에 혼란 줘 선거 무효”
재검표 위해 당선 무효 소송도
이재만은 與 무공천에 소송 제기
선거 당락 영향 입증하기 쉽잖아
20대 총선 인천 부평갑에서 새누리당 정유섭 당선자에게 26표 차이로 패배한 국민의당 문병호 전 후보가 20일 부평구선관위장을 상대로 대법원에 선거ㆍ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새누리당 이재만 전 예비후보 역시 선거무효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이들이 법원에서 다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문 전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득표율 3위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후보가 선거운동기간 자신을 ‘야권단일화 후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유권자들이 선택기준에 큰 혼란을 겪었고, 선거 결과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해당 지역구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불법으로 야권단일화 후보 표현을 사용했는데도 선관위가 제때 제지하지 않아 야권 후보인 자신에게 돌아올 표가 줄었기 때문에 선거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26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갈린 부분에 대해 “재검표를 통해 바로잡고자 당선 무효 소송을 함께 제기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과정 또는 투표 집계 오류, 당선인 자격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후보, 정당이 대법원에 선거ㆍ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선거나 당선이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규정 위반 사실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이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1993년 이후 2004년까지 대법원이 처리한 선거소송 사건 총 107건 가운데 원고가 승소한 사건은 단 4건에 불과하다. 범죄 경력을 누락해 후보 등록을 한 18대 총선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 이한정 후보의 당선, 재검표 결과 3표 차이가 난 1위(한나라당 김영구), 2위(민주당 허인회) 득표자들이 각각 지지자 14명과 9명을 위장전입시켜 투표하게 한 사실이 드러난 16대 총선 서울 동대문을의 선거 등이 무효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문 전 후보가 선거 또는 당선 무효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과거 창조한국당의 당선무효 소송을 맡았던 박오순 변호사는 “상식적으로야 상대후보가 야권단일화 후보라고 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자신이 26표 이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선관위가 야권단일화 후보 표현에 대해 (법원 결정 이후) 사용치 말라고 제재한 만큼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검표를 통해 문 전 후보가 26표를 만회하면 모를까 다른 방식으로 무효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새누리당 최고위가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공천) 의결을 하지 않아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는 길까지 막은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명백히 박탈한 것”이라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한 이 전 예비후보 소송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무공천으로 인한 피선거권 침해를 이유로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례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당내 갈등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인데 선관위를 상대로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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