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수감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구치소에서 여성 변호사를 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변호사 A(46ㆍ여)씨가 서울구치소에서 정 대표를 접견하던 중 폭행 당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해 조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착수금 반환 문제를 논의하러 찾아 온 A씨에게 욕설을 하며 손목을 비틀어 주저앉히고, 의자 쪽으로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감금폭행치상)를 받고 있다. 손목 연골 부위를 다친 A씨는 15일 고소장과 함께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A씨는 올해 3월 정 대표 측 요청으로 사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대표가 최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뒤 A씨에게 ‘착수금으로 준 2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갈등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A씨를 한 차례 불러 고소인 조사를 마쳤으나 정 대표 측은 사건을 서울구치소가 있는 경기 의왕경찰서로 이송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서울변호사회는 A씨의 변호사 품위유지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A씨가 받은 20억원의 착수금은 아무리 석방 조건이 붙었다 해도 터무니 없이 과다한 금액이라는 이유에서다. 변호사윤리장전 31조는 변호사의 보수에 대해 직무의 공공성과 전문성에 비춰 부당하게 과다한 보수를 약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수임료 액수가 적절한지 ▦정 대표한테 폭행을 당했다는 A씨 주장이 사실인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구치소를 방문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구치소 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도 조만간 A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진정서를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에서 100억원대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지난 8일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 받았다. 그는 A씨와의 사건이 있기 직전, 구치소 교도관들을 향해 막말을 퍼붓고 몸을 밀치는 등 소란을 피워 독방 2주의 징계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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