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가 21일 개회했지만 22일까지 이틀 동안 전체 상임위 가운데 어느 한 곳도 열리지 못했다. 회의일정이 잡힌 상임위가 거의 없다니, 여야가 무엇 하러 아까운 세금을 낭비해 가며 임시회를 열었는지 황당하다. 원내 3당이 ‘유종의 미를 거두자’며 임시회를 서둘렀지만, 계속 이런 상태라면 국회 불신, 정치 혐오만 더하게 된다.
구체적 사정은 이렇다고 한다. 예상 외로 4ㆍ13 총선에서 낙천ㆍ낙선한 상임위원장이나 여야 간사가 적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설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19대 의원 절반이 물갈이가 돼 생환한 의원으로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임위도 있다고 한다. 얼핏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19대 국회의원 배지까지 내놓은 게 아닌 이상 개점휴업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19대 의원 개개인의 책임의식 부재,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일부 의원은 낙선 인사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지 못한다는데, 세금으로 봉급 받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지금 여야는 차기 원내 구성과 관련한 이해득실이나 당권 경쟁에 여념이 없으니 국회 운영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의사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3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실무 회동도 25일에서 27일로 연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수석부대표가 당의 호남 행사에 동행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는데, 국회 운영만큼 시급한 일인지 그 발상이 의아할 따름이다. 여야가 말로는 기업 구조조정을 떠들고, 세월호, 노동4법,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 갑론을박하지만, 실제로 국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원만한 타협은 기대난이다. 눈에 보이는 큰 떡만 떡이 아니다. 기존에 여야가 절충해 마련한 무쟁점 법안들이 여야 각각의 연계전략에 묶여 상임위나 법사위 문턱에 무수히 걸려 있다. 본회의 상정에 앞서 자구 수정 등을 위해 거치는 법사위에만 93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여야가 이미 상임위에서 처리한 법안들이지만 19대에서 온전히 빛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악의 국회로 꼽혀온 19대 국회가 마무리까지 이 모양이어서는 안 된다. 낙천ㆍ낙선했다고 마지막 법안 심의에 임하지 않을 요량이라면, 애초에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최소한 세금도둑이란 말은 듣지 않도록 의원 개개인이 끝까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초심을 되찾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여야 지도부도 입으로만 ‘일하는 국회’를 떠들 게 아니라 솔선수범하고, 의원들을 독려해야 한다. 20대 국회부터 열심히 잘 하겠다는 말로 끝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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