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철 “친박계 2선 후퇴” 주장
혁신모임 나머지 7명은 침묵
유승민 복당, 비대위원장 영입…
디테일한 방향 논의, 조율 안돼
강온 갈라지면 용두사미 불보듯
총선 참패 이후 분출되는 새누리당 쇄신론이 의원, 모임마다 달라 정작 당 쇄신 움직임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참패 원인 분석에서 대안 제시까지 진단ㆍ처방이 중구난방식으로 쏟아지고 있어서다. 현재 쇄신론은 김세연ㆍ김영우ㆍ이학재ㆍ황영철(이상 3선)ㆍ박인숙ㆍ오신환ㆍ하태경ㆍ주광덕(재선) 당선자 8명으로 구성된 '새누리당 혁신모임'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원유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직행하려는 길목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통해 비난 여론을 주도했다. 또 당선자들에게 연판장을 돌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원 권한대행에겐 비대위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그 이후 혁신모임은 현안에 대한 의견이 서로 갈리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혁신모임이 처한 상황을 "바람 앞의 촛불"에 비유했다. 친박계 2선 후퇴 문제에 대해선 황 의원이 공개 찬성했으나 나머지 7인은 침묵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 무소속 당선자 7인의 복당 시기에 대해서도 원 구성 전과 후로 의견이 나뉘어 있고, 신임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지휘할 지에 대한 의견도 서로 다르다.
혁신모임의 한 인사는 "향후 당청관계와 당의 노선ㆍ기조ㆍ철학ㆍ체질 개선 등 디테일한 쇄신 방향도 논의ㆍ조율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혁신모임의 다른 인사도 "외부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를 맡기자는 의견도 있지만 당장 영입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말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8인의 혁신모임이 쇄신 방향을 놓고 온건과 강경으로 나뉠 경우, 19대 국회의 쇄신모임 '아침소리'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용두사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선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의 '바른정치모임'이 집요하게 당 내부를 설득해 실세였던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풍운동을 이끌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친형으로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별칭까지 얻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2선 후퇴'를 이끈 '55인 서명'이 있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혁신모임도 이들처럼 세력화하지 못할 경우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못할 것이란 지적을 내놓는다.
혁신모임은 현재 참여자를 8명에서 두 자릿수로 늘리는 외연 확대에 나서, 일부 당선자들로부터 긍정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멘토를 지낸 진보적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초청,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과 당의 진로를 놓고 난상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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