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로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배우 박신양(48)이 한 동안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KBS2 월화드라마의 체면을 살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동시에 막을 올린 지상파 3사 월화극 경쟁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12.1%)는 SBS ‘대박’(8.7%)과 MBC ‘몬스터’(8.1%)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중이다. 재벌 2세부터 사채업자, 천재 법의학자, 변호사까지. 그는 배역을 막론하고 섬세하고 때론 폭주기관차 같은 에너지를 연기에 담아낸다. 드라마 ‘불패신화’를 써가고 있는 그의 연기를 되돌아본다.
▦ 동네변호사 조들호(KBS2ㆍ2016~)
권력의 눈치를 보며 승승장구하던 검사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동네 변호사로 돌아왔다. 가족과 사회적 지위 모든 걸 잃었지만 ‘갑의 횡포’에 맞서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꽤 짜릿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박신양 특유의 정확한 발음과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는 법정에서 변호사 조들호가 펼치는 변론에 사실감과 무게감을 더한다. 능청스럽고 뻔뻔한 코믹연기는 물론 이혼한 아내 사이에서 낳은 아홉 살 딸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까지, 이번 드라마에서 박신양은 그 동안 쌓아온 연기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헤치고 있다.
▦ 싸인(SBSㆍ2011)
최근 화제를 모은 tvN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이 드라마에서 박신양은 세계 법의학계가 주목하는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 역으로 열연했다. 틀린 걸 바로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이자 부패한 권력에 맞서며 진실을 밝히려 하는 모습이 조들호와도 닮아있다. 어눌한 듯 들리지만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 하나하나를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도 당시 화제였다. 박신양은 법의학자 역을 위해 실제 법의관들과 함께 먹고 자며 수 차례 그들의 부검을 참관하는 한편 160장에 달하는 배역 일지를 감독에게 전한 일화는 유명하다.
▦ 바람의 화원(SBSㆍ2008)
데뷔 후 첫 사극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박신양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재능의 조선 후기 천재 화가 김홍도로 변신했다. 당시 장난스럽고 유쾌하다가도 진지하고 묵직한 김홍도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박신양은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수 개월 전부터 전문가들에게 서예, 그림, 대금 등을 직접 전수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을 맞췄던 바람의 화원 장태유 PD는 이런 박신양을 두고 “활화산 같은 배우다. 자신을 직접 깨뜨리기 위해 여기저기 부딪힌다”고 표현한 바 있다.
▦ 쩐의 전쟁(SBSㆍ2007)
비정한 자본의 세계에서 냉혈한이 돼야 했다. 박신양은 아버지의 빚으로 사채업자가 된 금나라 역으로 활약했다. 박신양은 사채로 집안이 몰락하자 노숙을 전전하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사채업자로 변해가는 금나라의 인생 역경을 사실감 있는 연기로 표현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 해 SBS 연기대상도 이견 없이 박신양에게 향했다. 드라마는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서더니 당시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해 ‘역시 박신양’이란 평가를 받았다.
▦ 파리의 연인(SBSㆍ2004)
이 드라마가 끝난 지도 벌써 12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대중은 여전히 박신양과 파리의 연인이란 연결고리를 잊지 못한다. 그만큼 강렬했다. 단 한번도 실패를 겪어보지 못한 까칠한 재벌 2세 한기주가 가난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캔디 강태영(김정은)에게 마음을 빼앗겨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최근 종영한 KBS2 태양의 후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드라마에서 박신양은 김 작가 특유의 낯간지러운 대사를 능청스럽게 해낸다. ‘애기야 가자’ ‘왜 말을 못해’는 아마도 역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유행한 남자배우의 대사로 꼽히지 않을까.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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