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염려에 앞서 남을 염려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릴 때, 인간은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는 것을 마음에 거듭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 역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법정 스님 2004년 6월 2일 하안거(夏安居) 결제(結制) 법문 중)
-‘설전(雪戰)’(성철ㆍ법정 지음 ‘책 읽는 섬’ 48쪽)
성철(1912~1993) 스님과 법정(1932~2010) 스님은 한국 불교사의 대표적 스승이다. ‘설전(雪戰)’은 두 수행승의 치열한 문답을 담은 책이다. (관련기사: 스무 살 터울 제자 법정 묻고 성철 답하다) 인간의 본성, 깨달음, 진리 등 주요 화두를 다룬 두 스님의 대담도 읽을 만 하지만, 두 스님의 깊은 통찰을 담은 법문이 군데군데 인용돼 뇌리에 꽂힌다.
법정 스님은 자주 타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가 종교심의 기본임을 강조한다. 누구도 홀로 빛나고 행복할 수는 없다는 연기법을 환기시킨 것이다. “나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남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업의 율동이고 메아리입니다.”라는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법정 스님이 “불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자 성철 스님은 답한다. “모든 존재를 부처로 섬겨야 합니다. 모든 생명과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모셔라, 모든 존재를 부모 같이 섬겨라, 모든 사람과 모든 존재를 스승으로 섬겨라. 이것이 불교의 3대 조건입니다.”
“종교인일수록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 일”이라는 두 스님의 당부는 친절과 염려는커녕 제 신념을 앞세워 번번이 혐오와 배척, 반대에 앞장서는 일각의 언사를 돌아보게 한다. 두 스님의 죽비 소리가 그리운 시절이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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