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 조건이 없는 건가?” 김기태(47) KIA 감독은 몇 번이고 염경엽(48) 넥센 감독에게 물었다. 지난 6일 넥센이 KIA에 내야수 서동욱(32)을 ‘공짜’로 줬다. 두 감독은 평소 절친이지만 구단과 구단의 거래에서 ‘무상 트레이드’는 유례 없는 일이었다. 넥센으로서는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퍼 주기까지 한다’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는 결정이었다.
서동욱은 2013년부터 넥센에서 뛰었다.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하고 한 때 스위치히터로 활약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주전 자리를 꿰차기엔 2% 부족하고, 그렇다고 다른 팀에 주기는 아까운 선수였다.
올 시즌에도 그는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염 감독은 “시즌 개막 전부터 고려한 부분이었다. (채)태인이를 데려오며 ‘보험용’ 이었던 (서)동욱이가 그 다음 단계까지 밀려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트레이드를 단행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조건 없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염 감독은 “사실 (서)동욱이를 선수 맞트레이드로는 카드가 안 맞는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우리 팀은 그런 이미지를 버려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넥센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창단 초창기 주축 선수들을 모두 팔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염 감독은 친구인 김 감독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웨이버 공시를 안 한 이유 역시 서동욱의 의사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보통 소속팀에서 입지가 좁아진 선수들은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고향이나 친정 팀에서 마무리하고 싶은 ‘수구초심’이 발동한다. 서동욱 역시 서울 출신이지만 2003년 2차 1번으로 KIA에서 데뷔했다.
트레이드는 프로스포츠에서 필수 불가결한 비즈니스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려는 구단과 현장의 이기주의에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지금도 2군에는 희망을 갖고 땀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지만 절망의 끝에서‘방치’돼 있는 선수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철학이나 성향상 이런 저런 이유로 서동욱처럼 전력에서 배제된 선수들이다.
2005년 KIA를 떠난 서동욱은 11년 만에 친정 유니폼을 다시 입고 지난 19일 광주 삼성전 이적 첫 타석에서 감동적인 홈런을 치더니 23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꼭 1년 만에 1경기 2홈런을 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염 감독에게 왜 그런 선수를 안 썼느냐고 따질 수는 없다. 지극히 결과론이며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내가 안 쓸 선수라면’ 선수가 원하는 팀에 직접 주선까지 해 준 염 감독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선수를 죽이면 안 된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