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 방지 등 효과 있지만
산업규모 줄고 근로자 대량 실직
“일감 늘어도 中이 가져갈 것”
“정부가 개입하면 혈세만 쏟게 돼
채권단 자율에 맡겨야” 지적도
지난해 8조5,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를 서로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 동안 잠잠하던 합병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최근 노르웨이의 조선해양전문지 ‘트레이드윈즈’가 “한국 정부가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이 매체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조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통한 회생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그 동안의 ‘경영 정상화 이후 매각’에서 ‘조기 매각’ 방침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가 같은 경남 거제에 위치한 점과 두 회사의 합병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부인했고, 삼성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할 뜻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합병이 구조조정의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섣불리 추진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합병이 과당경쟁을 방지한다는 면에선 바람직한 면도 있다”며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은 한 회사를 강제로 퇴출시키는 건 큰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백점기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 기술연구원장도 “전체 조선 인프라의 규모가 줄고 대량으로 실직자가 생겨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의 생산 능력이 줄 경우 업황이 다시 살아났을 때 일감을 중국에 빼앗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선 정부의 압박이나 개입을 통한 비자발적 합병 보다는 채권단 손에 맡겨 시장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개입하면 세금만 더 쏟아 붓게 된다”며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정관리”라고 밝혔다. 그는 “합병이든 법정관리든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정부는 필요한 게 있으면 지원해 주는 정도로 역할을 최소화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병설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우리 보다 앞서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2003년 1월 건조량 2위 규모였던 조선사 유니버셜 조선과 7위 규모였던 IHI마린유나이티드를 통합, JMU로 합병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조선소 규모가 작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강했다”며 “우리나라처럼 대형화한 조선소 합병 가능성과 직접 단순비교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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