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상품 안전성 제고” 목청
‘합의 거부’ 롯데마트 비판 여론도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 조모(32)씨는 얼마 전 집안 청소를 하면서 옥시레킷벤키저가 만든 제품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놀랐다. 빨래를 삶을 때 주로 썼던 옥시크린(표백제)과 손 세정제 ‘데톨’, 섬유유연제 ‘쉐리’, 옷장에 넣어두는 제습제 ‘물먹는하마’ 등이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2011년 146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조씨는 “이 회사가 만든 다른 제품은 과연 안전할지, 어떤 성분이 들어있을지 의심스러워 모두 내다버렸다”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안전성이 최우선이라 앞으론 옥시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부들을 중심으로 옥시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이메일 한 통으로 사과한 옥시 측이 유해성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했다는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면서부터다. 인터넷상에는 옥시가 만든 제품 목록과 옥시 제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리스트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옥시는 2013년에도 채소ㆍ과일을 씻어먹어도 된다고 광고했던 ‘데톨’ 주방 세제의 산성도가 1종 세제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환불 조치한 바 있다. 주부 서모(58)씨는 “그 주방세제를 쓸 때마다 피부 껍질이 벗겨지고 따가웠다”며 “계속 이런 제품을 팔다니 소비자가 얼마나 무서운 지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며 불매운동 동참 의사를 밝혔다.
앞서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던 롯데마트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직접 고개를 숙이고 보상 방침을 발표했지만 정작 재판에서는 합의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롯데마트 측에 “합의금을 지급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으나 회사측은 이의를 신청했다. 롯데마트 측은 “현재 조정안에 대한 합의 기한까지 약속했던 보상 기준을 수립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우선 이의신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대형마트 PB상품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주부 정모(41)씨는 “PB 상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마트에 대한 신뢰 때문에 구입하는 데 안전성에 하자가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폐 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난 가습기 살균제 제품 4개 중 2개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PB상품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PB상품의 경우 총 5단계에 걸친 품질 검사와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다”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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