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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굴기(海洋堀起)’를 향해 가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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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굴기(海洋堀起)’를 향해 가는 중국

입력
2016.04.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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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화물이 가득 쌓여 있는 중국 칭다오항 컨테이너부두. 연합뉴스
수출화물이 가득 쌓여 있는 중국 칭다오항 컨테이너부두. 연합뉴스

중국이 공세적으로 해양굴기(海洋堀起ㆍ바다에서 일어섬)에 나섰다. 해양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의 하나로 설정했고, 전 세계 거점항구들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해군력까지 적극 강화하고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부(富)를 지배하고 세계를 지배한다”(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는 말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해양산업 육성ㆍ자원 확보, 해양굴기 공세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중국 대외정책의 한 축은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로 표현됐다. 전 세계를 중국의 경제ㆍ무역권으로 삼기 위해 육상과 해상을 동시에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해상무역로의 개척은 명(明)왕조 이후의 해금(海禁)정책을 뒤집는 해금(解禁)정책이자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군사력 증강까지 포괄하는 국가전략 차원의 프로젝트다.

실제 중국은 2013년부터 해양관련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노후선박 교체와 조선산업 구조조정,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 등에서 대규모 재정 투입이 이뤄졌다. 2008년 8.7%이던 선박 건조능력은 2013년 40%에 육박하면서 세계 1위에 올라섰고, 해양플랜트 수주도 2013년부터는 전 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점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관련법을 제정해 바다 속 광물자원과 해양생물자원 확보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중국 국가해양국에 따르면 2001년 9,302억위안(약 163조원)에 불과했던 해양관련산업 총생산액이 지난해에는 6조4,669억위안(약 1,133조원)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에도 연평균 8.1%씩 성장했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육박한다. 2030년까지 GDP 내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까지 세워놓았다.

해상 실크로드 관련국과의 무역액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대만ㆍ베트남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인도 등과의 무역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8.2%씩 성장했고, 대외무역 비중도 같은 기간 14.1%에서 20.0%로 늘었다. 10년 전 2억4,000만달러였던 중국 기업들의 직접투자액도 연평균 44%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92억7,000만달러까지 늘었다.

인프라ㆍ안보 동시 겨냥한 세계 거점항 확보

중국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와 유럽의 거점 항구 사용권을 잇따라 손에 넣고 있다. 남중국해~인도양~아프리카~중동~서유럽을 잇는 ‘진주목걸이’ 해상로를 확보함으로써 물류와 군사분야 모두에서 해양굴기를 현실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의 리마솔항구 사용ㆍ개발권 협상을 본격화했다. 리마솔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심 근거지인 영국 공군기지와 맞닿아 있어 지중해 해운의 길목을 차지하는 동시에 서방과 맞설 군사적 거점도 확보하게 됐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오보크(지부티), 과다르(파키스탄),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등 지역별 거점항구들의 사용권을 획득했다. 오보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 남쪽의 전략적 요충지이고, 과다르는 중국이 도입하는 원유의 80%가 거친다. 코타키나발루는 남중국해에서 인도양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하나같이 핵심 무역항이면서 군사적 요충지다. 최근에는 스리랑카 콜롬보항 개발에 대한 스리랑카 정부의 사업 재개도 끌어냈다.

이로써 중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자국 연안항구들과 동남아시아ㆍ아프리카ㆍ중동ㆍ서유럽의 주요 항구들을 연계하는 해상 무역로를 확보하게 됐다. 리마솔ㆍ코타키나발루 등을 통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들 거점항구의 확보가 중국에게는 양수겸장인 셈이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을 턱 밑에서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리를 위해 일본과 더불어 트라이앵글 동맹을 맺고 있는 호주의 다윈항을 99년간 임대했다. 호주 북부의 다윈항은 남중국해로 통하는 관문이며 미군기지와도 인접해 있다. 중국은 미국의 혈맹격인 이스라엘에서도 최대항구인 하이포의 개발ㆍ운영권을 따냈다.

“2020년 核항모 보유” 목표로 해군력도 강화

중국이 지향하는 해양굴기는 해군력 강화를 전제한 것이다.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관문인 남중국해ㆍ동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의 영유권 분쟁을 넘어서지 못하면 해상 실크로드 확보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부터 미국이 실질적인 패권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겐 미국과도 맞설 수 있는 해군력 강화가 필수적인 전략 과제다.

중국이 2012년 취역시킨 1호 함공모함 랴오닝호. 신화망
중국이 2012년 취역시킨 1호 함공모함 랴오닝호. 신화망

중국이 주변국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난사ㆍ시사군도에 잇따라 인공섬을 건설하고 미사일ㆍ전투기 등 전략무기들을 배치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일촉즉발의 위기에 직면하는 것도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아태지역에 전력을 집중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기지화를 강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중국이 미러와 함께 ‘항공모함 대국’의 반열에 올라설 가능성이다. 중국은 2012년 9월 구소련이 제작하던 항모를 개조한 랴오닝(遼寧)호를 취역시키며 항모 보유국이 됐다. 이후 다롄(大連)과 상하이(上海)에서 각각 배수량 7만톤 이상의 대형 항모 3척이 건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연말에는 국방부 대변인이 이를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핵잠수함 제작 기술을 보유한 중국이 핵항모에 장착할 수 있는 독자적인 수면함정용 핵원자로 개발을 연구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2020년이면 중국도 핵항모를 보유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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