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대선주자들이 런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인선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부통령 지명은 앞으로 남은 경선 레이스뿐 아니라 본선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권을 향한 최종관문으로 여겨진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은 15~20명에 이르는 부통령 후보 목록을 작성하고 올 5월 말까지 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부통령 후보 검증과 인선 작업에는 두 달 정도가 소요된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명되는 7월에 맞춰 부통령을 지명하기 위해서는 5월에는 후보를 추려야 하는 상황이다.
클린턴은 이달 19일 뉴욕주 경선 압승으로 대선후보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고 판단하고 공화당에 맞설 수 있는 본선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부통령 후보로 물색하고 있다. 클린턴 측은 훌리안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부통령 후보 1순위로 꼽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히스패닉계인 카스트로 장관은 41세로 젊은 나이인데다 남부의 중심인 텍사스 출신이어서 69세로 백인이자 뉴욕에 정치적 기반을 둔 클린턴의 약점을 보완해 연령과 인종 변수에서 지지층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셰러드 브라운 (오하이오)상원의원과 톰 페레스 노동장관도 거론된다. 브라운 의원은 중도ㆍ무당층이 많아 본선에서 ‘스윙보트’ 역할을 하는 오하이오 주를 선점하는 차원에서, 히스패닉계이자 인권변호사 출신인 페레스 장관은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상원의원에게 쏠린 진보진영의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클린턴 측은 ‘여성 부통령’이라는 파격적 카드도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모두 여성이 맡는다는 구상을 통해 본선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포석이다. 거론되는 인물로는 진보진영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미네소타주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인 에이미 클로부처 등이다.
샌더스 의원도 부통령 후보를 물색하고 있지만 대선후보로 최종 지명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샌더스 측의 부통령 후보로는 마크 워너(버지니아) 상원의원과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 총사령관 등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경선 과정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가 없어 올 7월 열리는 중재 전당대회에서 최종적으로 대선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본선보다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중재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표를 끌어올 수 있는 인물들을 부통령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는 최근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에게 부통령 후보 직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스패닉계인 루비오는 경선에서 중도 하차하기 전까지 상당한 대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한 만큼 중재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중재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희박해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양측한테서 부통령 후보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케이식을 지지지하는 대의원들의 표심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민주당 측과 마찬가지로 본선 승리를 위해 오하이오 주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차원이다. 다만 케이식 주지사는 “어느 누구의 부통령도 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 크루즈 측은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상원의원과 뎁 피셔(네브레스카) 상원의원 등을, 케이식 주지사 측은 루비오 의원과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등을 각각 부통령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각 후보 측으로부터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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