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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인류학] 구마모토 지진, 인류애적 접근 필요

입력
2016.04.2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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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

세월호 사고 2주년을 맞은 지난 16일, 진도 7.4의 지진이 일본 규슈 남부 구마모토 지역을 덮쳤다. 이틀 전,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지진의 열 배에 해당하는 강진이었다. 수십 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 그리고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이재민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지역을 격심재해지역으로 선포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도로를 이용해 피난길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많은 구호인력과 자원봉사자들이 피난행렬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신속대응팀을 현지로 급파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재난과 관련, 많은 국가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깊은 관심과 우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물론 이러한 지구적 관심은 개인적 차원에 국한돼 있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뜻있는 정신과 의사들이 모여 재난정신건강위원회(위원장 채정호)를 만들었다. 다양한 정신건강 지침과 관련 책자를 펴냈고, 피해자 지원 및 관련 연구도 진행했다. 하지만 관련 지식과 경험부족이 걸림돌이 됐다. 전 세계 많은 재난심리지원 전문가들의 도움과 조언이 없었다면 연구가 불가능했다. 특히 재난이 잦은 일본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그 동안 축적된 연구결과를 아낌없이 공유해 주었고, 다양한 형태의 직간접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수 천년 간 한국과 일본은 복잡한 과거사를 공유해 왔다. 바로 옆에 위치한 나라인 만큼 좋은 기억도 많지만 슬픈 과거도 없지 않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대자연의 무서운 힘 앞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인류애적 가치에 입각한 인도적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복합재난은 한 지역,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웃 나라 시민들이 겪고 있는 엄청난 재난에 우리들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마모토 지진 발생 후 일본 재난정신지원팀(DPAT)의 정신과 의사인 아키푸미 이누오 씨가 보낸 메시지를 소개한다.“우리는 아주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죽고 또 다쳤습니다. 지진의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따뜻한 응원이 우리의 슬픔을 위로해줍니다. 바다 건너 전해오는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한국인께 감사드립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회심리적 영향은 몇 세대에 걸쳐 지속된다. 대개 기존 사회문화적 갈등인 국가 간 분쟁이 더 악화되고는 한다. 하지만 구난구호과정에서 공유하는 협력의 경험은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국가 간 우정을 증진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난과 재해에 대한 주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진으로 고통 받는 구마모토 주민의 조속한 구호와 온전한 치유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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