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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제품 출시 전 해외 전문가 ‘독성 경고’ 묵살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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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제품 출시 전 해외 전문가 ‘독성 경고’ 묵살 정황

입력
2016.04.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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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가습기 세정제 독성 가능성” 이메일 받고도

흡입독성 실험 생략하고 제품 그대로 출시

옥시 전 대표 “피해자에 죄송… 유해성은 몰라”

수사팀장, 피해자들 면담 때 눈물 흘리기도

2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신현우 옥시 전 대표이사가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는 순간 피해자가족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2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신현우 옥시 전 대표이사가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는 순간 피해자가족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이미 인체 유해성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안전성 검증 절차를 생략해 버린 사실이 드러났다. 옥시 측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입증을 위한 간접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지난 2월 옥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옥시 측이 제품 개발단계인 1999년쯤 독일 유명 화학회사의 부설연구소 소속 교수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확보했다. 여기엔 ‘독일에서 사용되는 가습기 세정제(물때 세척용)의 경우 흡입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옥시 제품의 원료로 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도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옥시는 별도의 흡입독성 실험을 생략해 버렸고, 2001년 10월부터 문제의 제품인 ‘옥시싹싹뉴가습기당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를 옥시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위험성을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했다면 업무상 과실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와 전 옥시 연구소장 김모씨,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 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들은 2001년 유해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옥시싹싹뉴가습기당번)가 출시될 당시, 제품 개발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또는 핵심 실무진이었다. 신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하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사전에 유해성을 인지했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이날 검찰청사에는 가습기 살균제 1ㆍ2등급 피해자들이 방문, 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이철희 부장검사와 면담 시간을 갖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수사 상황을 물어와 적정한 선에서 답변을 해 줬다”며 “가슴 아픈 피해 호소에 면담 막판에 이 부장검사도 함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은 27일 최씨를 다시 불러 99년 독일에서 받은 경고 이메일을 사실상 무시하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키로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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