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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마음을 베며 걷는 길

입력
2016.04.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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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탠로드 전망대. 해운대 해안선과 광안대교, 오륙도, 대마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제공 박정화 사진가
문탠로드 전망대. 해운대 해안선과 광안대교, 오륙도, 대마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제공 박정화 사진가

햇빛은 살갗을 태우지만 달빛은 마음을 벤다. 살갗을 태우며 걷는 길이 선탠로드라면 마음을 베며 걷는 길이 문탠로드다. 해운대 문탠로드는 우거진 해송 사이로 난 오솔길. 길 바로 아래는 바다다. 솔향기, 바다향기가 사람을 졸졸 따라다닌다. 달 밝은 밤이면 달빛까지 졸졸 따라다녀 사람을 달뜨게 한다.

해운대 달은 한국을 대표하는 달이다. 빈말이 아니다. 1930년대 경성방송국은 조선팔도 청취자 추천을 받아 대한팔경을 선정했다. 대동강 모란봉과 을밀대, 압록강 뗏목, 금강산 일만이천봉, 석굴암 해돋이, 한라산 고봉 등이었다. 대한팔경 중에서 달은 해운대 저녁달이 유일했다.

보름달 전설은 왜 없을 것인가. 와우산은 사냥하던 총각과 나물 뜯던 처녀가 정월 대보름날 만나 사랑을 이뤘다는 산. 문탠로드는 와우산을 가로지른다. 와우산은 소가 드러누운 형상으로 소꼬리쯤에 있는 포구가 미포다. 보름달 밝은 날 와우산은 사랑을 이룬 사람과 이루고 싶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문탠로드는 미포에서 출발해 미포에서 끝난다. 미포에서 문탠로드 오솔길을 따라가다가 어울마당 광장과 청사포 갈림길에서 어울마당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얼마 안 가 광장이 나오고 차가 다니는 달맞이길이 나오고 2층 정자 해월정이 나온다. 해월정에서 길 따라 내려가면 처음 출발했던 곳이다.

문탠로드는 3㎞ 남짓. 한 시간 거리다. 다섯 구간으로 나눴고 구간마다 이름이 있다. 달빛 꽃잠길, 달빛 가온길, 달빛 바투길, 달빛 함께길, 달빛 만남길이다. 매월 음력 보름 전후 문탠로드 따라 걷기 행사가 열린다. 문의는 해운대구청 관광문화과 (051)749-4062.

문탠로드 오솔길.
문탠로드 오솔길.

초행자라면 청사포에 가길 권한다. 어울마당 광장과 청사포 갈림길에서 청사포로 내려가면 기찻길이 나오고 기찻길 너머 청사포가 보인다. 한적한 포구 청사포는 푸른 뱀의 전설이 전해진다. 방파제 흰 등대와 붉은 등대가 그림 같다. 술시가 되면 조개구이 장어구이 냄새가 진동한다.

청사포에서 미포로 돌아가는 길은 기찻길이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라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80년 역사를 가진 동해남부선이지만 여기 구간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부산의 걷기 좋은 길로 입소문을 탔다. 기차 다니지 않는 기찻길을 따라 바다가 이어지고 바다소리가 이어진다.

바다를 낀 기찻길은 풍광이 천하제일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인정한다. 사진 찍기 좋은 경관 명소로 관광공사에서 지정했다는 현판이 그 증명이다. 해운대해수욕장 해안선과 광안대교, 오륙도, 대마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팔을 뻗으면 닿을 듯 수평선이 가깝다. 다가가면 다가간 만큼 멀어지는 수평선은 다가가면 다가간 만큼 멀어진 사랑의 기억이다.

문탠로드 시작과 끝인 미포는 지명이 갸륵하다. 다들 뻣뻣하게 치켜드는 세상에 꼬리를 자처하는 이름은 좀 갸륵한가. 한 접시 이삼만 원 하는 횟집들이 갸륵하고 한 그릇 만 원 안팎 하는 대구탕집이며 복국집이 갸륵하다. 미포선착장 유람선은 오륙도를 오간다. 왕복 50분 정도 걸린다. 육지에서 봐 해운대해수욕장 오른쪽이 동백섬이고 왼쪽이 미포다.

동길산 시인 dgs1116@hanmail.netㆍ부산관광공사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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