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이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전현직 관계자 6명을 27일 검찰에 고소ㆍ고발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 등 유족을 대리하는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변호인단’은 이날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ㆍ고발장을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에 대해 마리 관장 등 관계자들이 진품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작가가 미인도는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인터뷰 등에서 허위사실을 얘기하며 사자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발표한 1991년 미술관 감정은 감정 의뢰 8일 만에 결과가 나온 졸속ㆍ부실감정인 데다 과학적 분석 등을 결여한 추측감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감정에 참여한 화랑협회의 공신력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화랑 경영자들이 친목도모를 위해 만든 단체인 화랑협회는 객관적 검증기구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천 화백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 감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은)처음부터 제대로 된 감정을 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감정이라는 형식을 가장해 위작을 진품으로 못 박으려는 불순한 의도로 감정”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보관중인 미인도를 공개하고 동시에 과거 문화공보부에서 미술관으로 이 작품을 옮길 당시 기록 등 관련 자료도 함께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한편 미인도를 자신이 위조했다고 말했다가 이를 번복했던 권춘식씨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 맞다”며 “화랑협회 관계자가 (진술을 번복하라고)압박해 말을 뒤집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변호인단에 관련 진술서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의 배금자 변호사는 “화랑협회 관계자가 권씨에게 전화를 걸어 ‘착각했다고 하면 간단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해당 녹음 파일도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