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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구형·형량 낮춘 수상한 검찰·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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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구형·형량 낮춘 수상한 검찰·법원

입력
2016.04.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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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3년 구형한 검찰…항소심서 2년 6개월로 깍아

보석신청도 이례적 “풀어 줘라”

수임료 논란·구명로비 의혹에도 법원까지 2심서 형량 4개월 줄어

변협, 강도 높은 진상조사 예고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으로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항소심에서 검찰과 법원이 구형과 형량을 낮추는 등 석연찮은 사법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나, ‘검은 커넥션’을 이용한 정 대표 측의 로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7일 ‘정운호 사태’를 ‘법조계 종합 비리’라고 보고 대대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도 브로커와 저녁 술자리를 가진 L 부장판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구형을 낮춘 사실은 ‘성공한 로비’라는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그러자 “징역 1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정작 2심에선 1심 때보다 6개월 깎은 2년 6월을 구형했다.

더구나 검찰은 항소심 중 정 대표의 보석 신청에 대해 ‘사안에 부합하도록 적의처리함이 상당합니다’라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는 사실상 풀어주라는 취지로 검찰 의견으론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재경법원의 한 판사는 “이미 구속영장이 떨어진 피고인에게 구속을 유지해선 안 될 중대한 사정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닌데 적의처리 방침은 흔히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검찰에도 보이지 않는 구명 로비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지난 2월 정 대표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부장판사 출신 여성 변호사는 사임 요구를 받았고 착수금 20억원 반환 논란까지 불거졌다.

재판 과정도 ‘검은 로비’로 시끄러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 재판장인 장일혁 부장판사는 올해 2월 24일 법정에서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조심해 달라”며 정 대표 측 변호사들에게 경고했다. 한국일보 확인 결과, 장 부장판사는 2월 22일자 인사로 정 대표 사건을 맡자마자 전임 부장판사로부터 ‘재판이 심상치 않으니 조심하라’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 받았다. 선고를 맡은 부장판사를 흔들려는 일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 대표 측 브로커가 2심 배당 첫날 부장판사와 저녁 술자리를 갖고 구명 로비(본보 4월 27일자 11면)를 벌였고, 정 대표의 지인인 성형외과 의사도 수도권의 K 부장판사에게 청탁 전화(본보 4월 26일자 11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2심 선고도 실형이 선고되면서 각종 로비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2심 형량이 4개월 깎인 것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이날 한국일보에 “형을 깎아줄 별다른 사정들이 안 보이는 데다, 50억원 짜리 수임료 논란을 일으키고, 전관예우에 온갖 구명 로비 의혹이 난무한 이 사건에서 4개월 형을 줄인 자체가 사법불신을 낳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 대표의 가족이 계도를 다짐하고, 정 대표도 기부금 2억원을 내며 사회봉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반성한 점들은 양형을 바꿀 사정 변경의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은 강도 높은 진상조사를 예고했다. 하 회장은 “‘법조비리 백화점’같은 이번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다. 서울변호사회의 조사 결과를 넘겨 받는 대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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