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中區). 지금은 ‘구도심’이라는 퇴락의 느낌이 짙은 수식어가 따라 붙지만, 한때는 이름 그대로 부산의 중심(中心)이었다. 특히 동광동과 중앙동 지역에는 개항 이후 일본 은행들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부산의 금융중심가’를 이루었다. 1910년 이전 일본은 국립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까지 부산에 상륙시켰다. 일제강점기 동안 부산 전체에서 영업하고 있던 19개 은행들 가운데 14개의 은행이 동광동에 있었다. 지금도 롯데백화점 맞은편 광복동에서 부산호텔 가는 방향 즉 ‘백산길’(동광동)과 그 아래의 ‘해관로’(중앙동) 주변에는 유달리 은행이 많다. 대청로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에는 시중은행을 비롯하여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까지 우리나라의 웬만한 은행은 다 있다.
도시철도 남포역 7번 출구로 나와 광복로 입구 오른쪽 부산호텔로 가는 ‘한일우호의길’ 입구 한국투자증권에서 조금 더 가면 사거리가 나오고 그 왼쪽으로 주차장이 있다. 이 주차장이 옛날 부산상업은행 자리였다. ‘부산상업은행’은 일본인 은행으로 부산에 오직 하나의 본점을 두었다. 1913년 2월에 개점한 이 은행은 1935년 조선상업은행에 영업권을 내주었다. ‘조선상업은행’은 고종의 명에 의해 1899년 1월 황실 내탕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으로 출발, 1911년 상호를 바꾼 민간 은행으로 이후 ‘한국상업은행’이 되었다가 현재의 우리은행 모체가 되었다. 맞은편 기업은행 자리는 당시 ‘부산제일금융조합’ 자리였으며 대각선 방향의 신한은행 부산금융센터는 ‘야스다은행 부산지점’이었다. 1892년 7월 일본 오사카에 본점을 둔 ‘제58은행’ 부산지점으로 시작하였으며 1909년에 ‘제130은행’이 합병된 이후 1923년에 야스다은행 부산지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26년 6월에 철근콘크리트 3층 건물을 기공한 후 1927년 8월에 낙성식을 가졌다.
신한은행에서 조금 더 가면 사거리에 이르는데 왼쪽에 우리은행이 있는 이곳은 당시는 ‘제18은행 부산지점’이었다. 나가사키 현에 본점을 둔 ‘제18은행’은 일본 지방은행 중 열여덟 번째 생긴 은행으로 1877년 11월에 설립, 일본 은행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은행이었다. ‘나가사키 주하치은행’이라고도 한다. 1880년에 조선에 진출했다. 부산호텔 앞 지금은 헐린 하나은행 자리는 ‘제일은행 부산지점’이었다. 다이이치은행(제일은행)은 일본 최초의 국립은행으로 1873년에 설립, 당시는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중앙은행으로서 기능했다. 부산에 지점을 설립한 것은 1878년 6월. 부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은행이다.
백산기념관 바로 옆에 붉은 벽돌의 건물 한 채가 유별나게 눈에 들어온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로 ‘한성은행 부산지점’ 자리다. ‘한성은행’은 1897년 서울에 설립되었던 근대적 은행이었으나 휴업했다가 1903년 2월 다시 설립하였다. 당시 황족 이재완 및 전 은행장 한상용(이완용의 조카) 등 친일파들에 의해 ‘공립한성은행’으로 창립되었다. 1928년에 ‘조선식산은행’ 소유로 넘어간 이후 1943년에 ‘동일은행’과 합병하면서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이 되었다.
백산길에서 나와 ‘대청로’의 옛 한국은행 부산지점은 일제강점기 때는 ‘조선은행 부산지점’이다. 1909년 한국은행 부산지점으로 출발하였으나 1911년 3월 조선은행법 발포에 따라 ‘조선은행’으로 개칭하고 조선의 중앙은행으로서 기능하다 1950년 6월 한국은행이 다시 설립되면서 원래의 이름을 찾았다. 현 한국산업은행 부산지점 자리는 ‘조선식산은행 부산지점’으로 조선식산은행령에 따라 1918년에 설립되었다. 광복 후 ‘한국식산은행’으로 개칭되었다가 1954년에 ‘한국산업은행’으로 발족하였다. 맞은편 스탠다드차티은행은 ‘부산저축은행 부산지점’이 있었던 곳이다.
홍성권 작가ㆍ부산관광공사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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