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통제 벗어나는 北에 위기의식
시주석 직접 이례적 초강경 발언
金의 핵야욕에 불만 누적된 듯
오바마도 “한국 때문에 참는다”
북한체제에 대한 염증 드러내
박 대통령도 “자멸, 붕괴” 옥죄기
金, 권력 치적 삼으려 핵에 집착
5차 핵실험 포기할지는 미지수
김정은의 핵 폭주 야욕을 저지하려는 한국과 미국 정상의 경고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가세했다. 내달 6일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5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되면서 한미중 3국 정상이 직접, 그것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톤으로 경고 신호를 잇따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자신의 권력 공고화와 우상화를 위한 치적으로 내세울 게 핵ㆍ미사일 밖에 없다는 점에서 브레이크가 걸릴지는 미지수다.
시 주석이 28일 제5차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기조연설에서 대북 제재의 전면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에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경고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 정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왕이 외교부장 선에서 나올 경고를 시 주석이 공개 언급한 점은 극히 이례적이다”며 “북한이 중국의 통제와 관리 밖으로 벗어나고 있다고 느끼고, 이에 대해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적 혈맹인 북중 관계는 시 주석이 2013년 취임 후 김정은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아 냉각기에 접어들었다가 4차 핵실험 이후 아예 단절되다시피 한 상태다. 5차 핵실험까지 임박하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정은의 핵 야욕에 시 주석의 불만도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한 핵 질주는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도 격분시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6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은 매우 변덕스럽고 그들의 지도자는 너무 무책임해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며 김정은에 대한 염증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우리의 무기로 북한을 확실히 파괴할 수 있지만, 인도주의적 대가 외에도 중요 동맹국인 한국이 옆에 있다”고도 했다. 북한을 선제 공격할 수 있지만, 우방국인 한국을 고려해 참는다는 뉘앙스다. 오랜 적대 관계였던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 등의 외교 업적을 쌓은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그는 당초 전임 부시 행정부와 달리,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 2012년 2ㆍ29 합의를 이루기도 했으나 갓 정권을 잡은 김정은이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나서면서 뒤통수를 맞았다.
이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손을 뗀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유튜브 인터뷰에선 북한에 대해 “야만적이고 억압적”이라며 “그런 독재 체제는 다른 어디에도 복제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혐오감을 나타냈다. 다른 국가와 달리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만큼 협상하고 싶지 않다는 심경이 누적돼 온 것으로 보인다.
미중 두 정상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체제 붕괴’ 등을 언급하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 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도 “북한이 핵개발에 몰두하면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오후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는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면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한미중 정상들의 경고가 김정은의 핵 폭주를 제어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이날도 비록 실패에 그쳤지만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나서 치적 쌓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은 또 유일영도체제 공고화를 위해 자신의 우상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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