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부푼 여행사
제주 관광객 29% 증가 예상
해외여행 상품도 마감 임박
“연차 쓰기 눈치 보였는데…”
일부 직장인들 만족감 드러내
한숨 쉬는 비정규직
“생활비 빠듯한데… 일당 손해”
갑작스런 추진에 업무 혼란도
中企 63% “매출 타격에 못 쉬어”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도 발동동
“무슨 국가 임시공휴일을 일주일 전에 정하나요? 하루 일당으로 계산되는 저에게는 달갑지 않은 ‘빨간 날’일입니다.”
국내 한 연구소에서 기간제 직원으로 일하는 오모(29)씨는 다음달 6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머리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날은 원래 급여가 들어오는 날이지만 8일까지 연휴가 이어질 경우 통장에는 9일에나 돈이 입금된다. 또 공휴일이 하루 늘면서 오씨는 하루치 급여인 6만5,000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오씨는 “한 달 생활비로 40만원 정도를 쓰는데 하루치 월급이 사라져 꽤 타격이 크다”며 “급여 수령일도 미뤄지는 바람에 나 같은 사람은 연휴 동안 내수진작은커녕 손가락만 빨게 생겼다”고 성토했다.
내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관공서의 임시공휴일 지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8일, 나흘간의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난감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일부일 뿐인 데다 공휴일 지정이 갑작스레 추진되면서 업무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불만들이다.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김모(27)씨도 이미 이달 초 공지한 위탁사업 일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음달 2~6일 방문접수만 가능하다고 공고를 냈는데, 6일을 쉬게 돼 업무가 뒤죽박죽 돼 버린 것이다. 김씨는 “하루를 당기거나 연장하는 게 모두 불가능해 결국 접수 일자를 9일까지 미뤘다”며 “전체 일정도 사흘이나 재조정해야 해 업무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뒤늦은 임시공휴일 지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온라인 여론도 들끓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민간기업도 일주일 전에 즉흥적으로 휴무를 발표하지 않는데 국가공휴일을 이렇게 빨리 결정한다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글을 남겼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휴가 자체가 적은 나라에서 공휴일 확대는 찬성. 그런데 무슨 이런 결정을 일주일 앞두고 하죠? 무슨 국가비상사태인가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비스 업종 종사자 등 쉬는 날 더 바쁜 이들의 마음은 더 착잡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임시공휴일 지정 방안 설문조사를 한 결과 휴무에 참여하겠다는 업체는 36.9%에 불과했다. 휴무를 지키지 않는 이유로는 ‘생산량ㆍ매출액에 타격이 있기 때문(50.3%)’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6일 출근이 예정돼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맞벌이 부부들 역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전 수요를 조사해 한 명이라도 어린이집에 나오길 원하면 당번교사를 배치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긴급보육 방침에도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학부모는 “임시휴일 당일 당직에 남편도 근무여서 다섯 살 아들을 보살펴 줄 곳을 찾지 못했다”며 “긴급보육을 한다지만 우리 아이만 나간다는 말을 들으면 과연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뜻밖의 연휴 횡재에 마음이 부푼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소모(25)씨는 전북 전주시에서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방문 계획을 내달 5일 당일치기에서 1박2일로 늘렸다. 소씨는 “샌드위치 연휴에 연차를 쓰기엔 눈치가 보여 하루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임시공휴일 덕분에 이틀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심 기대하는 내수진작 효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번 연휴에 제주도 방문 관광객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가 증가한 2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렌터카와 항공사 예약률과 중국, 홍콩 등 단거리 해외여행 상품 판매율도 벌써 100%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6일 당일 민자도로를 포함한 전국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키로 했다. 또 프로야구 입장권은 50% 할인되고, 연휴기간(5~8일) 4대 고궁과 조선왕릉, 과학관, 수목원 등도 무료로 개방한다.
민생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취지를 잘 살리려면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 시기를 면밀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성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민들은 연휴 이후 쓸 수 있는 여윳돈이 줄어 내수진작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경제적 유ㆍ불리를 떠나 정부가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면 업무현장에서 오는 혼란은 분명 감소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