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7> 백△ 때 알파고가 1로 크게 포위했다. 상변이 고스란히 흑집으로 굳어지면 이 바둑 역시 이세돌이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 당시 모든 관전자들이 역전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열심히 이런저런 변화도를 그려 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세돌은 역시 타고난 승부사였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침내 기발한 묘수를 찾아냈다. 2, 4를 선수한 다음 6으로 끼운 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절묘한 맥점이다. “아, 그런 수가 있었나요?” 현장 생중계를 하던 송태곤 9단이 깜짝 놀라며 <참고1도>를 그려 보인다. 1로 단수 치면 2부터 12까지 교묘한 수순을 거쳐 흑돌이 자충으로 잡힌다. 이건 물론 단박에 역전이다. 이세돌의 라이벌이자 동갑내기 절친인 중국의 구리도 이 수를 보고 ‘신의 한 수’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사실 백6은 ‘안 되는 수’였다. 바둑이 끝난 후 국내 기사들이 자세히 검토한 결과 <참고2도> 4 때 백돌을 따내지 말고 5로 왼쪽을 지키는 게 올바른 응수다. 이제는 8, 10으로 끊어도 흑돌을 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12로 끊는 수밖에 없는데 13, 14를 교환한 다음 15로 이으면 백이 안에서 살 수 없다.
그러나 대국 당시 알파고가 <참고1도>는 읽었지만 <참고2도>까지는 미처 읽지 못했다. 그래서 7로 한 발 물러섰다. 이렇게 두면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8, 10이 놓이자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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