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새겨진 고무신만이 꽃신은 아니다. 신발에 흙을 채우고 풀꽃을 심으니 유행 지난 낡은 구두가 꽃신으로 변했다. 수제화 거리로 유명한 서울 중구 염천교 부근의 28일 풍경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수제화 거리는 1970~80년대 호황기를 누린 후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폐쇄된 이후로는 매출까지 반 토막 나며 더욱 활기를 잃었다. 침체된 상권을 회복하기 위해 상인들이 지난 주 말 거리축제를 열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여전히 차량은 꼬리를 물고 손님은 뜸하다. 한가지 달라진 것이라면 예쁜 화분으로 새 생명을 얻은 꽃신의 행렬. 봄이 봄 같지 않은 무거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임무를 조용히 수행하고 있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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