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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명인들이 유난히 많이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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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명인들이 유난히 많이 죽었다고?

입력
2016.04.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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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프린스를 추모하는 벽화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한 건물 벽에 그려져 있다. 프린스는 지난 주 57세 나이로 저택에서 사망했다. 법 집행 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프린스의 사망원인을 약물과다 복용 가능성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고(故) 프린스를 추모하는 벽화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한 건물 벽에 그려져 있다. 프린스는 지난 주 57세 나이로 저택에서 사망했다. 법 집행 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프린스의 사망원인을 약물과다 복용 가능성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2016년에 너무 많은 유명인들이 죽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 농담처럼 떠도는 말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껴진다. 1월 글램록의 선구자 데이비드 보위가 사망한 데 이어 2월에는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와 하퍼 리, 3월에는 그룹 비틀스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 경과 축구선수 요한 크루이프의 부고가 나왔다. 4월에는 마이클 잭슨과 함께 1980년대 세계 대중음악계를 이끌었던 프린스가 57세에 사망해 전세계를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정말 2016년에 유명인이 더 많이 사망했는가? 영국 공영방송 BBC의 부고 담당 편집자 닉 서펠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이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BBC가 TV와 라디오, 온라인을 통해 전한 부고기사의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약 5배에 이른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의 부고를 모아놓은 ‘중요한 죽음(notable deaths)’ 코너에 오른 인물 수는 96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1명이었다.

그렇다면 2016년 들어 유명인들의 사망, 엄밀히 말해 언론매체가 전하는 유명인 부고가 늘어난 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가장 간편한 설명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는 믿음으로 무장한 BBC와 영국 일간 가디언, 타블로이드지 데일리 미러는 ‘왜 명사들의 죽음이 늘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몇 가지 가능성 있는 답안들을 내놨다.

대중매체 탄 ‘베이비부머’ 유명인들

우선 영국 매체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등장한 ‘새로운 유명인 세대’가 퇴장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방송, 영화, 대중음악이 본격적으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다. TV와 라디오가 전세계로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스포츠 스타와 예술가를 알게 됐고 진정한 의미의 ‘국제적 유명인’들이 대중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BBC의 닉 서펠은 “60년대에 명성을 얻은 인물들이 70대에 접어들었고 건강상의 이유로 사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BBC는 46년(올해 70세)에서 64년(올해 52세) 사이 탄생한 ‘베이비부머’ 세대 유명인이 다수 사망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2014년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 인구수는 7,60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23%에 해당한다. 인구가 많으니 당연히 유명인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같은 시기에 탄생해 비슷한 성장기를 지난 이들은 자연히 동세대의 유명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올해 들어 사망한 유명인들 가운데서는 데이비드 보위(69), 앨런 릭먼(70), 요한 크루이프(69), 빅토리아 우드(63), 프린스(58) 등이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한다.

이 설명은 올해 들어 사망한 ‘너무 많은 유명인들’가운데 80대 이상의 유명인들도 다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불완전하다. 70세 이하의 유명인들이 대부분 대중매체를 통해 명성을 얻은 인물이라면 그 이상 연령으로 사망한 인물들은 대개 고전적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다. 미셸 투르니에(92), 움베르토 에코(84), 하퍼 리(90), 애니타 브루크너(88)는 문학계 인물이고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87)는 첼리스트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그럼에도 50년대 이래 유명인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고 그로 인해 부고의 수도 자연스레 늘어났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추모 증폭하는 온라인과 SNS

유명인들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매체의 환경도 바뀌었다. 가디언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독자들이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있는 기사의 가치를 중시하는 ‘타블로이드 저널리즘 문화’가 유명인 관련 소식의 가치를 전보다 높였다고 봤다. 문화와 스포츠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매체가 새롭게 등장해 독자와 광고주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일 사망한 미국의 전직 프로레슬러 겸 성인영화배우 조앤 차이나 로러의 사망을 맨 처음 전한 매체는 미국의 연예계 가십 전문 온라인 매체 TMZ였다. 이 매체는 프린스가 사망 6일 전 약물과다복용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도 처음 보도했다.

SNS도 유명인의 사망 소식을 더 널리 전달한다. 부고를 접한 SNS 이용자들은 기존 매체가 미처 다루지 못한 유명인 관련 정보나 개인적인 감상을 공유하며, 이 과정에서 추모의 힘도 증폭된다. 닉 서펠은 “지난 10년 이상 소셜미디어가 유명인의 부고를 전할 때 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20일 TMZ가 차이나의 사망 소식을 전하자 40만개 이상의 트윗이 그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가 종사한 영역이 프로레슬링과 성인영화라는 하위 대중문화 영역임을 고려하면, 과거의 매체환경에서는 나타나기 어려웠을 현상이다.

인터넷과 SNS는 사망한 유명인을 재발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SNS의 주 이용층인 ‘밀레니얼’(8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 있어 80년대 팝 영웅 프린스는 다소 생소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생전 자신의 음악을 온라인에 업로드하길 거부했던 그의 수많은 곡과 공연 영상이 사망 직후 인터넷과 SNS로 공유되기 시작했고, 역설적으로 ‘80년대 팝 스타’ 프린스의 가치가 그의 전성기를 제대로 접하지 못한 뒤 세대에도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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