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1억원 미만 땐 시효 7년
2007년 받은 금괴, 몰수도 어려워
박관천(50) 전 경정의 뇌물수수 혐의가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되면서 그가 뇌물로 받았다는 1㎏짜리 금괴들의 행방이 관심을 끌고 있다. 2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금괴 5개는 박 전 경정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일 기준 금 5㎏의 가격은 2억3,414만원 상당이다.
지난 달 29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최재형)는 청와대에서 유출한 일부 문건에 대해서만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인정하고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박 전 경정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이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보아 징역 7년을 선고한 데 반해 2심이 대폭 감형한 것은 뇌물로 인정된 금괴의 숫자가 1심 6개에서 2심 5개로 줄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전 경정이 유흥업소 업주 오모씨로부터 수사관련 청탁을 대가로 2007년 5~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금괴 2개, 4개를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2차로 받은 금괴 중 박 전 경정의 요청에 따라 일련번호를 지운 뒤 건넨 금괴가 3개뿐이고, 4개를 건넸다는 오씨의 진술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서 금괴를 3개만 받은 것으로 인정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의 공소시효는 뇌물액수가 1억원 이상일 때 10년,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일 때는 7년이다. 당시 금 1㎏의 평균 가격은 1,956만~1,994만원 대다. 이렇게 되자 금괴 5개는 뇌물액수가 1억원이 안 돼 7년의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 된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압수한 5개의 금괴는 몰수 처분을 내리고, 박 전 경정이 이미 소비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1개에 대해서는 선고 당시 시세에 따라 박 전 경정에게 4,340만원을 추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몰수 및 추징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1심 유죄부분 전체를 파기하고 뇌물수수 혐의는 면소 처분했기 때문에 이대로 확정될 경우 금괴는 다시 박 전 경정에게 돌아간다.
법원 관계자는 “범죄수익 등에 대해 별도로 몰수 처분을 할 수도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처분이 내려진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압수된 물품에 대한 처분 역시 형이 확정될 때 함께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에 대한 내용 파악을 마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경정은 뇌물수수 혐의 외에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유출한 혐의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함께 기소됐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