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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ㆍ감] 온라인서점의 '고물상'진출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16.05.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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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강남'에서 아동 전집 상담사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알맞은 책을 추천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예스24 강남'에서 아동 전집 상담사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알맞은 책을 추천하고 있다. 예스24 제공

요즘 출판계 이슈 가운데 하나는 ‘헌책’입니다. 알라딘에 이어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서울 강남에 헌책방을 열고, 영풍문고와 손 잡고 헌책 매입 창구를 여의도 등 3곳으로 늘리게 되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가오는 어린이날을 맞아 강남 매장에서 행사도 벌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출판계는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헌책방은 서점으로 등록하지 않습니다. 서점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까닭에 예스24처럼 규모가 큰 기업이 서점을 내려면 동반성장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까다롭게 해둔 겁니다. 이게 쉽지 않자 찾아낸 게 중고서점입니다. 중고서점의 업종 등록 코드는 ‘서점’이 아니라 ‘고물상’입니다. 동네 구석에 있던 고철 한가득 쌓여 있는 고물상이 아니라, 멋지고 안락한 현대적 인테리어가 빛나는 고물상이지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예스24의 헌책 사업 확대를 두고 “사실상 우회 상장”이라고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이유입니다.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온ㆍ오프 통합 경영’이라는 큰 흐름에서 보자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덩치 깨나 된다는 기업이 ‘고물상’을 겸업하는 방식으로, 그것도 기존 시장을 해치는 방식까지 써야 하느냐라는 주장입니다.

책이 단지 종이에다 활자를 얹은 상품이냐, 아니냐는 문제는 언제나 도돌이표를 찍는 논쟁입니다. 상품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쪽은 늘 ‘선순환’을 얘기합니다. 제 값 받고 팔아야 그 돈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하는 이들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만큼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출판사가 돈 벌면 사장이 돈 벌지 직원이 돈 버느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동감하는 독자들도 제법 있습니다.

선순환은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나, 악순환은 금세 도드라지는 법입니다. 출판사들로서는 고객인 독자들과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입을 굳게 다뭅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출판사라 해서 도서정가제를 다 찬성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당장 장사에 큰 도움이 안 되는데다,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아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도서정가제의 순기능만큼은 인정합니다. “할인까지 감안해 책 가격을 높게 매기던 예전에 비해 책 가격이 내려 가긴 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마구잡이 할인행사만큼은 사라졌다”, “가격이 아니라 책으로 어필하려는 고민이 좀 더 많아진 건 사실이다”, “성공 여부는 말하기 어렵지만, 나름대로 자기 색깔을 내려는 출판사들이 보인다”, “출판의 가치인 다양성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평들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장점이 더 많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헌 책 시장의 확대는 분명 도서정가제의 맹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 어느 서점도 헌책방을 정색하고 동시에 운영하는 곳은 없다”는 울분도 나옵니다. 출판계는 올해 대응 방안을 내놓을 움직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눈 여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뭐라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고, 다만 시장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습니다. 정책이 사회의 합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독자인 우리도 이 문제를 남의 일로 두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태성 기자 amo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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