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위암 환자의 위를 잘라내는 것이 좋은가?
이전에는 말기 위암 환자의 위장을 잘라내는 위절제술을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의료기술 발달로 4기(말기) 위암에서도 위절제술을 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게 수술을 시행하는 임상 의사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말기 암 환자라도 포기하지 말고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도 높이고 생명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대한위암학회는 최근 4기 위암 환자에게 위절제술은 효과가 없다고 발표했다. 학회는 “일본과 5년 동안 공동 연구한 결과, 말기 위암 환자의 경우 위절제술이 단순 항암 치료보다 치료효과가 떨어진다”고 밝혀 논란의 불을 지폈다. 위암은 갑상선암을 제외한 중대 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새로 발생한 암 환자 22만5,343명 가운데 위암 환자는 3만184명으로 13.4%를 차지한다.
위암학회, “항암 치료보다 효과 떨어져”
대한위암학회는 최근 위암 가운데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진 4기의 경우 위절제술을 해도 생존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위암 환자 가운데 원격 전이된 4기 환자는 11~12%, 5년 생존율은 5~6%로 알려져 있다.
양한광 대한위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국내 15개, 일본 33개 의료기관의 외과 종양내과 예방의학 전문의 등이 공동 참여한 다기관 연구 결과, 전이된 4기 위암의 경우 위절제술 후 항암치료를 한 집단이 항암치료만을 시행한 집단보다 생존율이 오히려 낮았다”고 밝혔다. 양 이사장은 “이번 연구에 따라 전이가 있는 4기 위암의 치료에서 위절제술은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항암군 86명, 위절제술 후 항암군 89명을 대상으로 했다. 항암군의 2년 생존율은 31.7%, 위절제술 후 항암군의 생존율은 25.1%로 차이를 보였다. 항암군의 생존기간은 16.6개월, 위절제술 후 항암군의 생존기간은 14.3개월로 큰 차이는 없었다.
양 이사장은 “4기 암환자의 수술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위절제술이 항암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적 의미를 밝히는 데 결정적 증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복강경을 이용한 위암 수술이 배를 여는 개복수술보다 수술 후 합병증을 적게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가 국내 13개 의료기관에서 1416명의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복강경수술을 받은 환자군은 수술 중 출혈이 적고 입원기간도 짧았다. 수술 후 합병증도 복강경수술군은 13%, 개복수술군은 19.9%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회 박영규 회장(화순전남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조기 위암에서 복강경수술의 유용성이 확인된 것”이라며 “진행성 위암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면역항암제의 말기 위암치료 국내 연구와 관련, 라선영 대한위암학회 홍보이사(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효과가 좋은 사람은 아주 좋다”며 “사전에 효과가 있는 환자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말기 위암 환자에게 위절제술 도움돼”
이 같은 대한위암학회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임상 의사들은 4기(말기) 위암 환자 가운데 일부 환자들은 위절제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생존기간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의료기기 발달로 훨씬 더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성훈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연세암병원장)는 “국소 진행된 병변으로 인해 4기로 진단된 경우나 간이나 복막에 국소적으로 전이된 위암 환자에게 위암 병변과 함께 전이 병변을 완전히 잘라낸 뒤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노 교수는 “특히 최근에는 4기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 전에 항암치료나 항암과 방사선 동반 치료를 먼저 해서 전이 병변을 치료하거나 병변을 줄인 뒤 위암과 전이암을 수술을 통해 잘라내는 ‘전환 수술(Conversion Surgery)’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전환 수술의 효용성을 알아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이 참여하는 임상시험이 예정돼 있다.
대한위암학회가 발표한 연구결과는 4기 위암 환자에서 전이암 병변은 제거하지 않고 위암 병변과 제한적 림프절 절제술(D1)을 시행한 뒤 항암 치료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다. 노 교수는 따라서?“4기 위암 환자라 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수술과 항암요법,?방사선 치료,?표적치료 등을 환자의 특성에 맞게 조합해 치료함으로써 생존기간과 생존율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일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도 “말기 암 환자가 전문 치료를 받으면 장기 생존 가능성도 있고 장기 생존을 하지 못해도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남은 생의 기간에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위암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음식을 너무 짜게 먹지 않는다.
-질산염이 많이 든 햄 등 가공식품 섭취를 줄인다.
-불에 탄 고기를 먹지 않는다.
-위암 억제 효과가 있는 비타민C, 베타카로틴이 많이 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다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위암 위험을 높이는 흡연은 되도록 삼간다.
-만 40세 이상은 1~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한다.
<암 종류별 5년 생존율 현황>(단위: %)
갑상선 100
전립선 92.5
유방 91.5
대장 75.6
위 73.1
간 31.4
폐 23.5
췌장 9.4
<자료: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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