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이란과의 경제 협력이 탄력을 받게 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당장 숙제로 떠오른 것은 시아파 이란과 오랜 라이벌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 달래기다. 핵협상 타결로 국제 사회에 본격 복귀한 이란은 원유 시장과 중동 패권을 놓고 사우디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두 나라는 올해 초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 등으로 외교 관계도 단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란과의 협력 관계만 과시하면 사우디의 반감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와 사우디 간 무역 규모는 대이란 교역량의 세 배에 달하고, 원유의 안정적 수입은 사우디에 더 의존하고 있다. 중동 건설 수주 1위 국가인 우리로서는 기존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아파 수니파간 갈등 구도에 휩쓸리지 않는 균형외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사우디와의 협력 관계 유지를 위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이후 고위급 인사를 사우디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 내 정치적 변동으로 이란이 핵 협상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타결된 핵 협상에는 이란이 핵개발 중단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제재를 재개(Snap back)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면서 핵 협상을 타결한 결정적 계기는 2013년 중도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대이란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중산층의 불만이 커지면서 대외 개방정책을 표방한 로하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핵 협상의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슬람주의 이념을 중시하는 이란 보수파들은 반미 정서가 여전해, 이들이 다시 정권을 잡을 경우 핵 협상 이행 및 대외 개방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반미 정서가 강한 편이다. 미국 내에서도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 이란 기류가 여전하고, 이스라엘은 대이란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정치 상황에 따라 미국과 이란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이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중동의 복잡한 정세를 염두에 두면서 입체적이고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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