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내기업 이란 인프라 수주 위해 총 250억불 여신”
여신 확대로 건전성 지표 저하 우려
한-이란 정상회담을 마친 정부가 제2의 중동붐 조성을 위해 수출입은행(수은)과 무역보험공사(무보)를 통해 이란 진출 국내 기업에 대대적인 금융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수은의 추가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수은을 살려 보겠다며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상황에서 뚜렷한 재원마련 방안도 없이 또다시 수은의 돈을 더 쓰는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2일 청와대는 한-이란 정상회담의 경제분야 성과 보도자료를 내고 수출입은행(수은)과 무역보증공사(무보)를 통해 국내 기업의 이란 내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총 250억 달러(약 28조5,000억원)의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수은이 맡은 지원 규모는 총 150억 달러로, 90억 달러는 이란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고 나머지 60억 달러는 지급 보증 없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지원된다.
이란 진출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지만 문제는 이번 대책으로 수은 건전성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수은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ㆍ해운 분야에만 12조8,467억원의 돈을 빌려준 상태다. 그 결과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올 1분기 기준으로 금융당국의 은행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인 10%에 못 미치는 9.8%을 기록했다. 부채비율 역시 2012년 505.4%에서 지난해 644.1%로 급증했다. 향후 조선ㆍ해운 분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수은의 추가 손실은 수조원 대에 달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급기야는 BIS비율을 높이겠다며 정부가 한국은행에 발권력을 동원해 추가 출자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수은이 이란 진출 기업에 150억 달러를 지원할 경우 BIS비율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BIS비율은 총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율인데, 수은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자산은 11조8,868억원, 위험가중자산은 118조4,377억원이다. 만약 150억 달러(17조7,000억원)의 추가 여신이 생기면 위험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BIS비율이 8.7%까지 떨어진다. 60억 달러는 이란 정부의 지급 보증이 없는 데다, 90억 달러의 경우 이란이 아직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 적격 등급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 실제 위험가중치까지 반영하면 BIS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수은 부실 가속화와 이에 따른 추가 혈세 투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한 은행권 관계자)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수은 관계자는 “여신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건전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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