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도박 계좌추적서 명단 확보
도박빚 정산 회사 돈 이용 흔적
지난해 검찰이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와 억대의 돈 거래를 한 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중에는 수사기관 관계자도 일부 포함돼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해 10월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로 정 대표를 구속하면서 도박자금 규모와 출처 확인 등을 위해 계좌추적에 나섰다. 정 대표는 2012년 3월~2014년 10월 마카오와 필리핀 등의 호텔 카지노에서 101억원을 바카라 도박에 쏟아 부었는데, 당시 검찰은 그가 회삿돈을 빼내 도박을 했을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개인 돈으로 도박을 했다”는 정 대표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정 대표 쪽으로부터 1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송금받은 인물들의 명단을 파악했다. 여기에는 그가 기소된 이후 현직 부장판사 등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벌였던 유명 법조브로커 이모(56)씨는 물론,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인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 대표가 국내로 돌아와 도박 빚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이용한 흔적도 발견됐다. 이에 검찰은 억대 금전거래의 구체적인 성격, 회삿돈 횡령 여부 등의 조사를 검토했지만, ‘원정도박’ 사건의 본류에서 벗어난 별건 수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관련 수사를 잠정 보류했다.
그러나 최근 정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검찰 주변에선 조만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적인 금전거래였는지, ‘수사무마 로비 자금’이었는지는 검찰 수사로 규명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최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 대표를 소환해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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