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이즈음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다.
이 노래의 마지막 소절은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높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로 끝난다. ‘가이 없어라’는 요즘 잘 쓰는 말이 아니라서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가엾어라’를 곡조에 맞게 늘여 부르느라 ‘가이 없어라’가 된 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 해석도 일리가 있는 것이 자식을 위해 밤낮으로 희생하는 어머니 모습이 딱하고 불쌍해 보이기도 하니 가엾다는 말로도 뜻이 통한다.
‘가이 없다’는 옛말에 쓰이던 형태가 굳어진 것으로 현대 국어에서는 비표준어이다. 표준어로는 ‘가없다’인데, 이 말은 ‘끝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노래 가사는 어머님의 희생과 은혜가 헤아릴 수 없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가없다’의 ‘가’는 ‘바닷가, 강가, 우물가’ 등에 쓰인, 가장자리를 뜻하는 ‘가’이다. 옛말에서 이 ‘가’는 ‘ㄱㆍㅅ’ 또는 ‘ㄱㆍㅿ’이었는데, 나중에 받침소리가 없어지면서 ‘ㄱㆍ’가 되었다가, 다시 오늘날의 ‘가’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 옛 문헌에는 ‘끝이 없다’는 뜻으로 ‘가없다’와 ‘가이 없다’가 둘 다 나타난다. ‘가이 없다’의 ‘가이’는 ‘가’에 주격조사 ‘-이’가 붙은 말이다. 받침이 없는 말에는 주격조사 ‘-가’가 결합하므로 ‘가가 없다’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근대 국어 이전에는 주격조사에 ‘-이’만 있었고 ‘-가’는 없었다. 그래서 ‘가이 없다’는 말이 생겨난 것인데 이것이 노랫말 같은 데 일부 남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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