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핵반대연합, 본격 움직임
투자 반대 광고… 기업에 경고도
공화당 보수파 강경 입장도 여전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이란 세일즈 외교가 막을 올렸지만 미국과 이란 내 상호 적대적인 강경 기류가 대이란 투자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내 유대계나 공화당 보수파를 중심으로 반 이란 정서가 강한데다 이란 내 반미 정서도 여전해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ㆍ이란 정상회담 이튿날인 3일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는 ‘이란은 투자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는 제목으로 박 대통령에게 대 이란 투자 철회를 촉구하는 이란핵반대연합(UANI)의 전면 광고가 게재됐다. 미국 고위 외교관 출신인 마크 월러스와 작고한 리처드 홀브룩, 짐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2008년 결성한 UANI는 이란의 핵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핵 중단 이행 의지를 의심하면서 서방 기업들에게 이란과 거래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란 투자가 핵기술 고도화 및 중동 무장정파인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UANI는 신문과 TV 광고 외에도 세계 주요 기업 140여곳에 이란 직접 투자에 대한 경고 서한을 보낼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UANI는 과거에도 세계적 기업들의 이란 투자 반대 캠페인을 벌여 현대자동차가 2012년 이란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UANI는 이란과 앙숙 관계인 유대계 단체 및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계뿐 만 아니라 공화당 보수파들의 반 이란 정서도 여전히 강하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도 이란 핵 협상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 같은 미국 내 반 이란 기류는 이란 시장 진출을 노리는 우리 기업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에 사업체를 두고 있는 한 대기업은 미국의 기류를 의식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이란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27일 “미국은 서류상으로 이란과의 거래를 가능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이란 공포증’을 부채질해 외국 투자자들이 이란과 협력하는 것을 겁먹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미 성향이 강한 하메네이는 2일 박근혜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도 “이란과 한국의 관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와 방해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미국의 악감정에 양국관계가 흔들려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이란 국영 통신이 전했다. 이란이 향후 한미관계를 시비 걸 수도 있는 대목으로, 청와대가 밝힌 회담 내용에선 빠진 내용이다. 미국과 이란 관계가 여전히 살얼음판이고 중동 정세도 복잡하기 그지 없어, 대이란 투자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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